인체 연구로 인류에 도움주는 의생명 연구원이 꿈
사람들과 교류·토론 활동 관심, 언젠가는 독일 유학
정부 기초과학 투자 실망 “투자 감소는 청년에 직격”

이달의 청년 김정인(왼쪽 두 번째). ⓒ투데이신문
이달의 청년 김정인(왼쪽 두 번째).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불확실한 미래에도 꿈만은 확실한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에서 네 번째로 얘기를 나눈 청년 김정인의 얘기다.

중학교 3학년 과학 수업 시간, 인체의 신비에 빠진 그는 어느 순간 과학에 매료됐다. 성악가에서 과학자로 진로를 틀었고 인체 연구로 인류에 공헌한다는 꿈이 생겼다. 올해 대학 문을 밟은 그는 시험 준비는 물론 다양한 학술활동에 참여하며 꿈이라는 길 위에 자신만의 씨앗을 부단히 뿌리는 중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언젠가는 과학 서적을 다루는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해달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인체 기작을 규명해 인류에 공헌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스무살 김정인이라고 한다. 현재 경북대학교 생명공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이며, K-BioX라는 비영리 학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연구와 실험에 관한 열망을 가지고, 무언가를 꾸준히 탐구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잔잔하지만 꾸준한 근성을 가진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어릴 때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생 때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예고 진학을 생각했었는데, 인체생리학의 매력에 빠져 의생명과학 연구원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과학 시간이었는데, 수업 때 배우고 있는 내용이 지금 살아 숨 쉬는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더라. 그게 너무 신기했다. 마침 음악에 벽을 느끼는 시기기도 했다.

그 뒤로 선지원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학년 말 국제 바칼로레아 디플로마 프로그램(IBDP) 이수를 결정했다. 사고력을 중시하는 IBDP 과정이 나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봤다. 과학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고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지금은 K-BioX라는 단체에서 석박사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소한 분야였던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에 관한 지식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논문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이달의 청년 김정인. ⓒ투데이신문
이달의 청년 김정인. ⓒ투데이신문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토론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두루 접하기 위함이다. 최근 박사후연구원 과정에 있는 박사님께 “훌륭한 연구자가 되려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빠르게 바뀌는 연구 트렌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분야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학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한인 생명과학자 1만5000명이 최신 연구와 관련해 논의하는 채팅방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있다. 여기서 논의되는 논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하는 K-BioX의 ‘논문 천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개인적 그리고 이 시대 청년으로서 고민거리는

스스로에게 떳떳해지는 방법과 관련해 고민하고 있다. 학술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내 또래임에도 뛰어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 이미 학문적으로 성공을 거둔 시니어 연구자를 만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위축돼 있다는 느낌이다. 전교생 350명 남짓한 고등학교에서 지냈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절감하고 있다. 이렇게 출중한 사람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그들의 장점을 나의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내면의 안정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 청년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의 미래에 우려가 든다. 투자나 지원이 매우 아쉬운데, 많은 전문가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국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큐브위성 프로젝트 불참 등이 이를 시사한다. 특히 기초과학 연구 투자의 감소는 청년 과학도에게 직격타가 된다. 애초에 이 분야를 선택했을 때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건 각오했지만 최소한의 연구 기회와 생활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읽은 책은 무엇인가

최근 고등학교 때 발췌독했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마커스 드 사토이의 <What we can not know>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과학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학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은 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접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쥘 베른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가가 상상으로 써낸 이야기지만 구체성을 띄고, 과학적으로도 납득이 되도록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특히 <해저 2만 리>의 경우 해저 속 생물을 상상으로 그려냈는데 실제로도 비슷한 생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상세한 묘사,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들을 좋아한다.

기성세대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런 세대는 없다>라는 책의 내용을 다룬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 기성세대’, ‘희생자 청년세대’라는 프레임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나 또한 동의한다. 현재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갈등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기성세대의 고충을 이해하고 존경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기성세대 역시 저희를 같은 시선에서 봐주셨으면 한다.

이달의 청년 김정인. ⓒ투데이신문
이달의 청년 김정인. ⓒ투데이신문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해외로 유학을 떠나고 싶다. 한국과 다른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고 싶다. 낯선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토론 문화가 발달한 독일에 가보고 싶다. 특히 생명공학 분야의 경우 한국보다 해외의 취업 문이 더 넓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0년 후 혹은 노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10년 후에는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도 여전히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잃지 않길 바란다. 노년에는 리처드 파인만처럼 유쾌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과학 분야의 책을 주로 파는 독립서점 또한 운영하고 싶기도 하다. 이명현 박사가 운영하는 과학책방 ‘갈다’처럼 말이다. 대부분 사람은 과학을 어려워하지 않나.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과학을 알리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청년들에게 한 마디

이제 갓 성인이 돼, 아직 사회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어떤 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진부하지만, 다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청년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길이 맞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불안을 경험하는 것 같다. 이를 떨쳐내고 당차게 앞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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