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놓고 각국간 입장차 뚜렷
환경단체 “생산 규제 거부한 세력에 굴복했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플라스틱 오염 대응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성과 없이 종료됐다. 각국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국제협약 성안 여부는 내년에 열릴 추가 협상으로 미뤄지게 됐다.
정부는 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진행된 INC-5가 당초 정해진 기한을 넘겨 이날 오전 3시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회의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했으며 178개 유엔회원국 정부대표단,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각국은 특히 플라스틱의 생산 규제 여부, 제품과 우려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한편으로 플라스틱 제품 디자인, 폐기물 관리, 협약의 이행과 효과성 제고 방안 등에서는 상당한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결국 협상회의 의장은 부산에서 이뤄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5차 중재안을 제안했으며 회원국들은 이를 기반으로 오는 2025년 추가 협상회의를 열고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협상에 외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원팀을 꾸려 대응했다. 협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부산시와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를 개최해 여러 국제기구와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순환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외교부 조태열 장관은 폐회식 발언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 70장이 넘는 협약 문안을 20여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라며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를 기반으로 각국이 협력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조속히 협약을 성안하자”고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이어질 추가 협상회의에도 적극 참여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이 진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이번 협상회의도 큰 진전이 없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에서 “회의 마지막까지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과 폐기물 중심 관리를 원하는 산유국 등 방해 세력 간 첨예한 대입이 이어지며 성안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소수의 국가와 석유화학업계가 대다수 국가의 노력을 가로막는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 김나라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언급한 것과 달리,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일체 보이지 않았다”라며 “다음 회의에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안되도록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이번 협약이 주목 받아온 것과 달리 INC-5의 결과는 참담했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강력히 거부한 세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한 번의 협상이 남았다. 우리는 더 이상 야심찬 협약의 지연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역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행보를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정부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플라스틱 생산감축을 제안하는 제안서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임에도 플라스틱 오염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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