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국회 앞 시민들, 평온함 속 자유발언 이어가
삼삼오오 거리 지키며 “윤석열을 탄핵하라” 구호 외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밤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예기치 못한 시험대에 올랐다. 놀란 마음에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계엄이 해제됐다는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혼란한 정국이 정상화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일부 시민들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평온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국무총리실은 이날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지 6시간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도 비상계엄에 투입된 병력이 같은날 오전 4시 22분부로 부대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계엄사령부도 해체됐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하지만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이대로는 안심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국회 정문 앞에서 만난 한 시민은 “처음 계엄 소식을 접하고 살이 떨렸다.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대한민국을 뒤집으려 했던건데 믿기지 않는다”라며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장면을 보고 국회 앞을 지켜야 겠다 싶어서 왔다”라며 “어떻게 계엄으로 통제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무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야 된다. 무엇이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남 예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농민은 “11시쯤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접했는데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고 봤다. 상당히 엄중한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야 된다는 생각에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진입하는 장면을 보니 눈물이 나왔다”라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졌다.

이어 “이 밤에 많은 사람들이 국회 앞에 모여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당장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켜야 한다”라며 “새롭게 빨리 나라의 기강을 잡아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견해를 전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한 대학생은 자유발언에 나서 “오늘의 일은 상식적인 범위를 벗어났다. 2024년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냐”고 탄식했다. 그는 “우리는 각자 가치관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진짜 아니지 않나”라며 “부끄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었다. 모두들 나와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20대 시민은 “새벽 1시쯤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가 계엄을 알게 됐다. 전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친구들과 헤어져서 혼자 택시 타고 국회 앞에 왔다”고 전했다. 그는 “계엄은 내게 생소한 얘기였다.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여기 오면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면서도 “모두 알지만 민주주의는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나. 살아오면서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참을 수 없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국회 앞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들은 삼삼오오 거리에 앉아 국회 앞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올 시민들을 위해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국회 근처에 살고 있다는 한 시민은 “밤새 잠을 못 잤다. 계속 뉴스를 보는데 무섭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라며 “아침에 일정이 있는데 그 전에 잠깐이라도 이 곳에 있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에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라며 “지금도 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서 뭘하는건지 불안하다. 내란이라 볼 수도 있는 계엄에 대해 면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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