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윤석열이 내란 수괴의 혐의로 체포됐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경 있었던 비상계엄 선포로 윤석열이 쿠데타를 일으킨지 43일 만이었다. 그 사이 윤석열은 세 차례 소환조사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청의 합동 수사체인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는 1월 3일에 체포영장의 집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엄동설한에 시민들은 윤석열의 체포와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한겨울 추위는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을 찬성하는 시위대에게도 똑같았다. 그 사이 성탄절, 연말연시 등 즐거워야 하는 시간이 정치적 사건들 속에 차분히 지나갔고, 제주항공의 비행기가 무안공항에서 폭발하는 사고로 많은 사람이 희생됐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등 경제적 불안정이 계속됐다. 소상공인은 연말 특수도 누리지 못한 채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시민들은 불안과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쿠데타 이후부터 윤석열은 자신의 지지자에게 지속적으로 모종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한 국가기관인 대통령 경호실을 자신의 사설 경호업체로 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윤석열 지지자와 대통령 경호실의 직원들은 윤석열의 인간방패가 됐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대통령 관저를 휘젓고 다녔고, 부인인 김건희는 반려견을 동반해 산책했다는 의혹까지 일으켰다. 또한 쿠데타 이후 윤석열이 표한 입장들과 심지어 체포 직전에 만든 영상메시지를 통해 궤변을 늘어놓으며 지지자들의 단결을 촉구했다. 필자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의 오만하면서도 비겁하고 추잡한 모습으로 보였다.

윤석열의 대응은 그가 대선후보가 될 때부터 내세웠던 “법치”와 맞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시민들 가운데 수사기관의 출석 요청이 있을 때 응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또한 출석을 거부하는 시민은 따르지 않는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판결에 불리할 수 있다. 체포 직전까지 윤석열이 보여준 행동은 평소 그의 이미지인 “대범함”과도 멀었다. 본인이 떳떳하다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중 상당수는 자신이 지명했거나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추천한 인물이다. 이런 유리한 상황에서 본인이 헌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윤석열 본인은 관저에서 농성전을 벌였다.

정당, 언론, 계엄을 쿠데타로 평가하는 시민, 계엄에 찬성하는 시민 모두가 윤석열의 체포 소식에 술렁였다. 각 정당은 자기 당의 입장에 따른 성명을 발표했고, 언론은 윤석열 체포의 순간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소개했다. 계엄을 쿠데타로 평가하는 시민들이 “체포 기념 회식”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식당 예약이 늘었다는 풍문도 들린다. 계엄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새벽부터 대통령 관저 근처에 집결해서 길을 막고 시위를 벌이다가 들려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는 윤석열이 “헌정사상 최초로 체포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여당에서도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하면서 공수처장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고발했다.

대통령이 현직 신분에서 체포된 사건은 분명 망신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각종 의혹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야당의 견제를 부정하며 계엄을 선포한 것이 더 국제적 망신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각종 의혹을 가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반성하고 대통령 탄핵에 나서며 불의에 항거하는 모습은 오히려 긍정적인 모습이다. 세계의 언론은 이러한 시민들이 엄동설한에 다른 국가에서 볼 수 없는 평화롭지만 역동적인 시위를 전개한 것, 현직 대통령을 법에 따라 체포한 것 등에 대하여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윤석열 체포에 환호하는 시민과 일부 단체에게도 할 말은 해야겠다. 워낙 힘들게 체포를 요구했으니 계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기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루 정도 기쁨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당장에 잘못된 것을 정상으로 돌리고, 역사적 시각과 법치에 입각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더 힘든 싸움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

윤석열 체포는 역사바로세우기의 중간단계에 불과하다. 윤석열 체포는 현재진행형 같지만, 1초 1초 시간이 지나는 순간 그것은 역사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과제들이 쌓여있다. 우선 윤석열이 구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이것마저 부정하는 세력들이 반국가세력화 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당장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올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 윤석열을 감싸고 돌던 수구 언론들은 여전히 자신의 언론사를 유지하고 있고,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극우 파시스트 유튜버들은 연일 원칙을 비틀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윤석열의 태동이나 다름없는 검찰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노동자를 쥐어짜고 있고, 북한을 핑계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북한의 위협은 다시 윤석열 같은 권력자가 등장할 수 있는 빌미로 작동할 것이다. 당장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동시에, 긴 호흡의 역사적 시각에서 정의를 지향하려면 시민들의 더 힘들고 긴 싸움이 요청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버스 타고 갔는데, 윤석열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타고 가네?”

윤석열 체포 직후 동네 주민이 필자하게 건냈던 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일 때 검찰 소환에 응했고, 윤석열은 아직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으니만큼 경호 등의 이유로 이용한 차량이 다른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 저 말을 건냈던 주민은 이런 사실을 알만한 분이었다. 그런 분이 체포 방식을 지적할만큼 윤석열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함을 넘어 분노에 이글거리고 있다. 시민들이 이러한 분노를 단기적 시각에서 불의를 교정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정의를 탄탄하지만 유연하게 만드는 것에 쏟아붓길 바란다.

반민특위 와해는 일제강점기의 반민족 매국세력에 대한 단죄의 실패로 이어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쿠데타 세력에 대한 사면복권, 문재인 정부의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사면복권은 역사의 죄인에 대한 너무 이른 용서였다. 그 결과 걸핏하면 역사를 왜곡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부를 창출하는 범죄자들이 생겨났다. 이번만큼은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