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 김양희, 박성원, 안병진, 안성용, 이기호, 이일영, 정상호 지음│222쪽│128×188│박명률출판사│1만5000원
1987년 민주화 이후 이 땅의 보수정당은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념 지형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정부의 사례를 단 한 번도 만들지 못했다. 외환 위기 사태를 초래한 김영삼은 제외하더라도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로 이어지는 구속과 단죄의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서는 헌법과 공공선에 철저한 민주적 엘리트와 합리적 보수정당이 필수적이다. _“12.3 계엄 사태의 교훈: 한국 사회의 실질적 위험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다” 중에서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54일 만인 지난 26일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12.3 비상계엄의 교훈과 한국 정치 사회의 앞날을 논의하는 책이 출간됐다.
박영률출판사는 최근 <탄핵 시국과 새 공화국의 미래>를 발간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회 <동향과 전망>팀의 긴급 시국 좌담회와 시국 논평을 엮은 책이다. 내란 사태로 망국적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국회와 공화주의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우리나라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 세우고 있는 것을 주목했다.
책은 1, 2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에서는 ‘탄핵 시국과 새 공화국의 미래’를 주제로 마련한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김동규 <PADO> 편집장, 김양희 대구대 교수,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안병진 교수는 “지금 검찰과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나”라고 물으면서 “공수처 논쟁 당시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검찰 개혁을 제기했으나 민주당은 시민배심원에 의한 기소권 및 임명직과 선출직 검사 간 견제 등 공화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의 개헌 논의는 다소 위험하다”면서 “대통령중임제는 어떤 전제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깊게 하지 않는 단순함 때문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차피 윤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SNS에 올려 화제가 됐던 김양희 교수는 “‘계엄’은 아주 사악하고 오염된 언어라면서 사람들이 듣자마자 직관적으로 본질을 알 수 있도록 ‘비상 군부 통치’라는 용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계엄과 내란 사태 이후의 시국 전개 상황, 비상계엄의 원인과 본질,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진보세력의 책임 문제, 탄핵 이후의 정치 사회 구조, 글로벌 공화주의와 국제 관계, 개헌 논의와 새 공화주의 모델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2부에서는 현 시국에 대한 논평을 담았다. 이기호 한신대 교수의 ‘정당 정치의 위기와 광장 정치의 변화’, 정상호 서원대 교수의 ‘한국 사회의 실질적 위험은 국민의힘의 극우화다’, 안성용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의 ‘윤석열 정권 퇴진 후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은 어디로 갈 것인가?’ 등 총 3편이다.
이기호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당 정치의 위기, 리더십의 부재, 적대주의에 기반한 마음의 분단”이라면서 “새로운 공화국의 준비는 국민이라는 정체성보다는 보편적 시민이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민주주의와 민중주의, 공화주의가 조화를 이루는 비전과 전략을 모색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상호 교수는 “기독교 원리주의와 친미 반공주의를 내건 태극기 부대는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치닫게 하는 시대착오적 반동”이라면서 “박근혜 탄핵 전까지만 해도 태극기 부대는 정당과 일정한 거리를 둔 보수적 성향의 집합행동 또는 산업화 세대의 인정 투쟁이라는 사회운동의 성격이 강했으나 박근혜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019.2)나 국민의힘 전당대회(2024.7)에서 태극기 부대는 무시할 수 없는 전국 조직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안성용 이사는 “야당의 집권이 진정한 정권교체는 아니며 차기 정권의 성격은 대개혁정권이어야 한다”면서 대개혁정권의 과제로 △ 각종 적폐청산과 개헌, 개혁 입법, 제도의 정비 △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미래전략 과제의 수립 △ 과제의 실현을 통한 새로운 체제 수립 등을 제시했다.
부록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비상계엄 선포문, 계엄사령부 포고문, 윤석열 대통령 1, 2차 대국민 담화문 전문이 실렸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책은 국내 정치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이 야기한 세계 체제적 차원의 지정학적 충격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갈 새 공화국의 미래 비전을 살펴본다”며 “이번 계엄과 탄핵을 계기로 형성된 새로운 시민들과 함께 다양성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