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약화·수출 감소 우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했다. 이미 예고된 조치였던 만큼 단기적인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매년 증가하는 대미 수출 규모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 저하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 따르면 미국은 내달 12일부터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영국에서 수입되는 철강 제품 및 관련 파생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부과는 이미 예고된 조치였지만, 당선 전 공약으로 내세웠던 10%보다 훨씬 높은 25%로 결정됐다. 예외나 면제 없이 시행될 경우, 기존에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한국 철강 제품도 전면적인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
한국의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13%에 달한다. 특히, 2018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연간 263만 톤의 철강 수출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이 특례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와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93만 톤으로, 전체 철강 수출량 2970만 톤의 약 10%를 차지했다. 기업별로는 포스코홀딩스가 연간 80만 톤으로 가장 많은 수출량을 기록했으며, 현대제철이 65만 톤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치로 관세가 부과될 시 미국의 철강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의 박성봉 연구원은 "미국 수입업자들이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철강을 수입할 때 기존 관세 25% 외에 추가 25%의 관세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에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의 철강 수입은 오바마 2기 대비 18% 줄어든 바 있다”며 “현재 25% 철강 관세에서 면제된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EU, 영국, 일본, 한국 등”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부과가 한국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지만, 미국 내 철강 가격 상승 여부에 따라 단기적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추가 관세로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면서도 “2018년과 마찬가지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상승하면 수출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9년 미국 철강 가격이 다시 급락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향후 가격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업계도 분주히 이번 추가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정부와 협력해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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