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 공장 보유한 한국‧금호타이어 생산 조절 검토
넥센타이어, 美 현지 창고 활용 및 신공장 부지 검토
“관세 실현 가능성 낮아...미국 소비자 피해가 더 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국내 타이어 업계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동령이 언급한 관세 부과 시점이 다가오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매출 9조4119억원, 영업이익 1조7622억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금호타이어는 매출 4조5381억원에 영업이익 5906억원, 넥센타이어 역시 매출 2조8479억원을 올리며 3사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렇듯 국내 타이어 3사가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발 자동차 관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미 시장은 국내 타이어 업계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인 만큼, 국내 타이어 3사인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주 공장의 증설을 돌파구로 삼았다. 현재 해당 공장은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한국타이어의 미국 현지 생산량은 연간 두 배 이상 증가할 예정이다. 또 생산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전체 생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타이어의 미국 판매량 중 약 40%는 현지에서 생산되며, 나머지 약 60%는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4분기 초도 생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생산량은 기존 약 550만본에서 약 1200만본으로 증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주에 연간 330만본 규모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모델별 생산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제품은 최대한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고려하는 것이다. 다만, 유럽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인만큼 미국 내 신규 공장 설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국 관세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너무 커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관세 부과가 실현된다면 영향이나 손익을 따져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는 5번째 신공장 부지를 검토 중이다. 다만 미국 내 높은 건설비와 인건비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넥센타이어는 수익성을 고려해 관세 부담을 감수하는 대신, 임금이 낮은 중남미나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현지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가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넥센 타이어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타이어는 약 2억3000만개에 달하며, 대부분의 글로벌 타이어 업체가 관세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넥센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관세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가 실현되기 전에 미국 내 4개 현지 창고에 제품을 선적해 관세 부과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전체적인 수익성을 고려해 미국 현지 혹은 관세를 감내하고 동남아, 중남미와 같은 저원가 국가를 대상으로 제 5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타이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세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어 업체와 자동차 제조사 간 계약은 대부분 장기 계약 형태로 체결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공급업체를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타이어는 기업별로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 대체가 쉽지 않으며, 이는 결국 미국 내 차량 구매 고객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관세가 부과돼 공장을 빠르게 짓더라도 2~3년이 소모돼 사실상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중·장기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문화 특성상 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며 “자동차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내 소비자들이 느낄 직접적인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해당 정책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제연구기관 앤더슨이코노믹그룹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북미에서 조립된 대형 SUV의 가격은 9000달러(약 1300만원), 픽업트럭은 8000달러(약 1150만원), 전기 크로스오버 차량은 1만2200달러(약 1760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판매 감소는 생산 축소로 연결되고, 다시 미국 자동차 업계 근로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자동차 관세 부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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