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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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혁명이 기존 금융권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단순한 금융 채널의 변화가 아니라 금융 서비스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금융 소비 패턴, 핀테크 기술의 발전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는 전통적인 시중은행에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인터넷은행의 탄생에 따른 금융권의 지각변동, 그리고 미래 은행의 생존 전략을 조망해 보고자 한다. 또한 인구감소와 고령화 시대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디지털 금융,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비대면 금융의 확산 등 미래 금융의 패러다임을 살펴봤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수가 20%를 넘어섰다. 이는 유엔 기준 ‘초고령사회’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고령화는 즉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이에 성장률 둔화, 기업투자 감소, 복지비 지출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부담 등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시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위기기도 하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실물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대출 위주의 사업 구조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져 비이자 수익을 증대하기 위한 노력을 점차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금융자산으로 바꿔서 자본시장으로 유입시키고 소비를 촉진해 후세대와 시니어가 같이 혜택을 누리도록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 예금보험연구소 김민혁 팀장은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시장규율은 악화되고 위험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추구 유인은 강화될 수 있다”며 “은행업뿐만 아니라 금융투자·보험업에도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업권별 금융 리스크 변화를 고려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업의 미래, 은행의 새로운 도전

시중은행은 최근 비금융 상생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아 알뜰폰 ‘KB리브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해 전국 각지 770여개에 달하는 점포를 리브모바일 가입 창구로 활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로 ‘라이더대출’, ‘땡겨요 사업자 대출’ 등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또한 내달 ‘우리WON모바일’이라는 이름의 알뜰폰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과 신한은행의 땡겨요 모두 현재 실적은 부진하지만 당장의 수익 보다는 사업과 연계되는 금융상품 마케팅을 추진해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MZ부터 시니어까지...새로운 타깃층 공략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영 타깃’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스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대 이하 사용자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만명, 15만명 이상 늘렸다. 4대 시중은행이 국민·우리·신한·하나가 각각 11만명, 10만명, 2만명, 1만명을 확보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10대 고객만 겨냥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카카오뱅크 미니’로 Z세대 전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출시 1년 만에 100만명을 돌파해 지난해 초 207만명을 넘겼다. 청소년 대상으로 학교를 등록할 경우 급식표와 시간표 등을 제공해주는 플랫폼 ‘미니 생활’도 운영 중이다.

토스뱅크 역시 만 18세 미만 10대를 위한 서비스 토스 ‘틴즈’의 사용자 수가 지난해 초 기준 230만명을 달성했다. 

시중은행들은 시니어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도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특화 점포를 운영하는 한편 자산관리 서비스와 맞춤형 금융상품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신한은행이 최초로 시니어 특화 점포를 선보였다. 신한은행 신림점은 고령 고객을 위해 큰 글씨 안내와 더불어 단순 업무, 예·적금, 화상 상담 등 은행을 찾는 목적에 따라 바닥의 색을 다르게 했다. 

우리은행은 고령층 특화 점포인 ‘효심 영업점’에 낮은 카운터와 큰 글씨 메뉴, 쉬운 용어를 적용한 시니어 전용 ATM 등을 배치하고 고령층 고객의 모임 및 금융 교육 장소로 이용 가능한 ‘사랑채’를 운영 중이다. 

KB국민은행은 ‘골든라이프센터’를 통해 은퇴 후 자산 관리를 위한 전문 상담과 포트폴리오 조정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으로 찾아가는 이동 점포인 ‘KB시니어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 또한 ‘하나 더 넥스트’라는 시니어 전문 브랜드를 론칭하고 은퇴 설계, 자산 이전 준비, 건가오간리 및 비금융 시니어 특화 콘텐츠 등을 제공 중이다. ‘100세 신탁’, ‘하나 더 넥스트 치매간병보험·케어보험’ 등의 신탁 상품도 선보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손님이 뭘 원하는지 분석해서 연금이나 신탁 등으로 대응하는 등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은행에서는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집만 있고 현금은 없는 노년 고객층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민간 비소구·종신형 역모기지론 상품을 통해 니즈가 있는 손님들이 최대한 혜택을 보실 수 있게 상품을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하나은행 및 하나생명보험의 ‘12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 대상의 민간 주택연금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가입이 불가능한 노령가구도 민간의 종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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