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청년구조보고서’는 현장에서 듣고, 데이터로 진단해, 구조적 해법으로 청년을 구조합니다.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br>
△ 정수영 기획재정부 청년보좌역

아르바이트 구직경쟁이 공고당 4.6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디지털 전환과 시장 변화로 소호 업종의 구조가 바뀌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아르바이트와 일자리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초경쟁으로 구직기간이 늘어나는 중에 이러한 현상은 구직기 청년의 생계활동을 흔들고 있다. 청년의 지속가능한 아르바이트와 일자리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호 업종이란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자영업자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동네 어귀나 번화가에서 마주치는 소매업, 음식업, 서비스업 등을 경영하는 우리네 청년, 중장년 사장님들이 바로 그들이며, 아르바이트가 있는 바로 그곳이다. 이들 업계는 디지털 전환과 저출산·고령화의 인구구조 변화, 소비트렌드의 변화로 사업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5월, 하나은행의 하나금융연구소는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소호 업종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소호 사업자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매업은 이커머스의 성장과 경기불황을 원인으로 오프라인 소매업이 쇠퇴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매 시장의 인터넷 쇼핑몰 판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0.4%로 집계됐다. 동시에 온라인 영업인 통신판매업 사업자 수는 2018년 21만건에서 2024년 64만건으로 43만건이 증가했다. 반면, 가구, 가전, 화장품, 문구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소매업은 2019년을 기준으로 매출액이 꾸준히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시장구조 내 온라인의 역할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업장의 아르바이트 수요를 감소시켰을 것으로 풀이되며, 편의점과 같은 일부 오프라인 소매업으로 아르바이트 수요가 몰리면서 구직경쟁이 높아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음식점업은 팬데믹이 바꾼 인식 변화와 고물가의 영향 등으로 오프라인 음식점의 변화가 크다. 커피, 중식, 일식, 서양식, 제과제빵, 치킨, 일반음식점의 2024년 카드결제 승인 건수는 팬데믹 기간이던 2022년보다 평균 12.8% 감소했다. 달리 말하면, 소비자 규모가 줄어든 것이고, 서비스 횟수가 줄어든 만큼 아르바이트 수요도 줄어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의 아르바이트 선호도가 높은 커피점에선 특이현상도 관측되었다. 사업체 수와 매출액은 2016년부터 꾸준히 상승한 점이 관측되지만, 점포당 영업이익은 월 104만원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커피점 폐업률이 유독 높은 원인으로 볼 수 있고, 구직자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구해도 유지가 어려우며, 임금 문제 발생의 원인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택배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의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추이는 2015년 18만건에서 2024년 59만건으로 41만건이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은, 택배시장의 인력수요 또한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자동화가 적용 중이나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꾸준한 인력수요가 예상된다.

특히, 저숙련이면서 단기 노동이 가능한 여건은 아르바이트와 일시적 일자리를 찾는 청년에게 대안으로 자리해왔다. 흔하게 여기던 아르바이트의 구직경쟁이 심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생계활동을 위한 구직기 청년의 택배시장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노동자와 기업, 정부가 다음의 미래를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첫째, 산업재해다. 물량의 증가로 인력규모가 커지는 만큼, 안전사고의 발생횟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끼임, 감전, 온열질환, 과로 등 현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전 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원청과 협력업체 간 구조적 관계가 재정립되지 않는 한, 책임의 공백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장 목소리의 규모가 커지고 있어 산업재해의 기준이 과거와는 달라질 것이다.

둘째, 환경의 재정립이다. 과거에도 부족했던 택배시장의 인력난은 생산인구 감소로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해결법으로 택배업계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한도를 꾸준히 늘려왔다. 그럼에도 한계가 있었다. 소득이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인력도 마찬가지다. 택배기사(특고노동)의 처우나 복지는 ‘특고’이기에 기업과의 계약요건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을 재정립하는 기업이 성장하는 시장에서 선두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균형 발전의 기회다. 온라인 소비가 성장할수록 사업장의 주된 소재지가 서울이어야 하는 의미는 퇴색한다. 영업활동과 재무적 이익을 확보하는 사업자들은 지역으로 이동해나갈 것이다. 지역균형이 발전할수록 물류량이 증가하고 택배시장의 성장은 가속할 것이다. 지역 물류HUB와 소호 사업자, 택배 노동자를 유기적으로 엮어낸다면 지역균형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시장변화는 사회구조를 바꾸며 택배시장에 기회의 씨앗을 뿌렸다. 그럼에도, 청년은 고민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생명과 안전, 보편적인 처우, 사회로부터의 긍정적인 수용을 의미할 때, 택배시장의 일자리는 아르바이트로 보더라도 물음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제 구조를 되돌아보고, 시의적절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그 물음표가 사라졌을 때, 청년의 물류산업 진입은 구직기의 삶을 지탱하는 아르바이트이자, 지속가능한 직업으로서 환영받을 것이다. 우리 청년과 국민, 기업, 정부 모두의 관심과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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