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보안 7000억원 투자…CISO는 CEO 직속으로
“해킹 사고 관련 해지 고객 위약금 전액 면제할 것”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SK텔레콤이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이후인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가입을 해지한 약정고객들의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또 전 고객의 8월 통신요금을 50% 할인하고 8월부터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 제공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전사적 대응 방안을 담은 프로그램을 4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열린 긴급 이사회의 결정으로 공식화됐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이날 브리핑에는 유영상 대표이사, 임봉호 MNO사업부장,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 등 관련 임원들이 참석했다. 유영상 대표는 “조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고객과 사회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전 임직원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은 ▲고객 안심 패키지 ▲정보보호 혁신안 ▲고객 감사 패키지 ▲위약금 면제 등 총 4대 분야에서 종합 대책을 내놨다.

가장 먼저 시행된 ‘고객 안심 패키지’는 유심보호서비스, 비정상 인증 차단 시스템(FDS), 유심 교체 등으로 구성되며 900만명 이상의 고객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다.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을 1년간 무상 제공하고, 피해 발생 시 보상 절차를 지원하는 ‘사이버 침해 보상 보증 제도’을 도입한다. 사이버 보험 한도는 1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된다.

동시에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투자하는 ‘정보보호 혁신안’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보안 인력 확충 ▲보안 기술 강화 ▲정보보호 기금 조성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개편하고, 외부 보안 전문가 영입 및 레드팀 운영 등을 통해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한다. 미국 NIST의 사이버 보안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보안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고객 감사 패키지’로 2400만 SK텔레콤 및 알뜰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 요금 감면과 혜택 확대를 포함한다. 8월에는 통신 요금이 50% 할인되며, 연말까지 매월 50GB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한다. 일부 요금제 이용자는 법정대리인을 통해 데이터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멤버십 할인은 파리바게뜨, 도미노피자, 뚜레쥬르 등 주요 제휴사를 통해 50% 이상 확대 적용된다.

왼쪽부터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 유영상 대표이사, 임봉호 MNO사업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류정환 네트워크 인프라 센터장, 유영상 대표이사, 임봉호 MNO사업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사고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특히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서비스 해지를 선택한 고객을 위한 조치로 ‘위약금 면제’가 결정됐다. 이번 위약금 환급은 4월 19일부터 7월 14일 사이 해지했거나 해지 예정인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환급 대상은 기존 약정 가입자이며 4월 19일 이후 신규 약정 가입자는 제외된다. 만약 고객이 약정 기간 중 받은 단말 할인(공시지원금) 또는 요금 할인(선택약정) 금액이 위약금으로 청구됐다면 이번 환급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미 납부한 위약금은 신청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으며 단말기 할부금은 별도 계약으로 면제 대상이 아니다. 해지 후 6개월 내 재가입 시 기존 멤버십 등급과 가입 정보를 복원할 수 있다.

임봉호 사업부장은 “환급 대상 여부와 금액은 5일부터 T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고, 환급 신청은 오는 15일부터 온라인과 공식 대리점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며 “신청일로부터 1주일 이내 환급금은 지정 계좌로 송금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위약금 면제로 인한 기업 손실에 대한 질문에 유영상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클 수 있지만 고객 신뢰 회복과 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특히 고객 불안이 가장 컸던 시기에 이사회를 통해 전격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위약금 면제 대상 기간이 7월 14일로 정해진 배경에 대해 “오늘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지만, 불안이 완화된 지금도 해지를 원하는 고객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실적에는 부정적이지만 고객 신뢰와 기업 지속 가능성을 우선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 발표 직후 이처럼 상세한 대책이 발표된 경위에 대해서는 “6월 30일 정부 발표 이후 상황을 면밀히 주시했고, 오늘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격론 끝에 위약금 면제를 결정했다”며 “당초에는 위약금 면제가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고객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주주 가치와 경영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제한 요금제 이용 고객에게는 추가 데이터 제공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요금제별로 체감 혜택의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 요금 할인과 데이터 추가 제공을 병행해 형평성을 맞추고자 했다”고 답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프로그램의 상세 내용을 전 고객에게 문자와 별도 안내 페이지를 통해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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