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이타(自利利他)’, 불교 경전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먼저 자신이 이롭게 돼야 타인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말에도 분명 이치가 있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순서를 바꿔보면 어떨까. ‘이타자리(利他自利)’, 먼저 타인을 이롭게 하면 그 선함이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뜻으로 새겨보는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가는 방식에도 작은 전환이 생긴다. 남을 돕는 일은 곧 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주는 마음이 오히려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Give & Take’.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들리는 말이다.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어느새 우리 사회의 당연한 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조금 다른 단어를 더해보고 싶다. ‘Give & Give & Forget’ 먼저 주고, 또 주고, 그리고 잊자. 무언가를 베풀면서 그 보상을 당연하게 기대하지 않는 삶, 그 삶이야말로 더 깊고 건강한 순환을 만들어낸다. 조용히 흙에 심은 씨앗처럼, 그 행위 자체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피고, 바람이 되고, 그늘을 만드는 나무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니 씨앗을 심던 그 순간, 내 마음에도 이미 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필자는 취미 삼아 골프를 즐긴다. 골프를 하면서도 삶에 대한 힌트를 얻곤 한다. 약간의 긴장감이 있어야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스포츠인 만큼, 종종 소소한 내기를 한다.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사자성어들이 생겨났다.
다타호타(多打好他): 내가 많이 치면, 상대가 즐겁고
소타호낭(小打好囊): 적게 치면, 지갑이 웃고
다타호신(多打好身): 많이 치면, 몸에 좋고
소타호심(小打好心): 적게 치면, 마음이 즐겁다
이 사자성어들 안에는 이타의 마음과 여유, 그리고 유쾌한 철학이 담겨 있다. 삶은 어쩌면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인생도 골프와 같아서 때로는 벙커에 빠지고,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스코어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방향과 태도일 것이다.
흔히 인간의 이기심을 문제 삼지만, 사실 우리 몸속 세포들은 철저히 이타적으로 살아간다. 수많은 세포들은 일부가 손상되거나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면 스스로 소멸한다. ‘아포토시스(Apoptosis)’, 생물학적으로는 세포 자살이라 부른다. 자신 하나로 인해 전체가 병들지 않도록 스스로 사라지는 위대한 선택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바로 암세포. 자기 생존과 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증식하고, 결국은 몸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그래서 사회를 해치는 사람을 ‘암적 존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타성을 잃으면 전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 생물학도 이미 말해주고 있다.
‘이타자리’는 거창한 미덕이 아니다.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낯선 이에게 먼저 미소를 건네는 것. 누군가의 짐을 아주 조금 덜어주는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빠르게, 더 경쟁적으로 흘러가는 이 사회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길’을 고민하는 태도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 고민의 출발점이자, 따뜻한 해답이 바로 ‘이타자리’다. 이를 실천하는 순간, 가장 먼저 따뜻해지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주는 순간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내려놓는 순간 삶이 가벼워진다.
당장 오늘, 누군가에게 햇살 한 줌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그 따뜻함은 언젠가 예기치 않은 순간, 나를 안아주는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