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100m 이내 금지’ 조항 헌법불합치
복귀 코앞이지만…대체 입법 부재에 우려
“관저·집무실, 동일 공간…개정 없이 가능”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대통령의 청와대 복귀가 임박한 가운데,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청와대 정문 앞에서도 집회나 시위가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7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와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74년 동안 역대 대통령의 관저·집무실로 사용됐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직후 이를 국민에게 개방하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한 바 있다.
먼저 이 정부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서 다시 청와대로 옮기기 위한 전담 TF를 구성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청와대 이전에 쓰일 예비비로 259억원을 확보했다.
일반인에게 개방됐던 청와대 관람 시간은 이 같은 작업을 위해 조정된다. 청와대재단은 대통령실 발표 직후 누리집 공지를 통해 이달 14일까지는 현행 관람 방식을 유지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31일까지는 예약 인원과 관람 동선 등을 조정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오는 8월 1일부터는 청와대 보안 점검 등을 위해 관람이 중단된다. 청와대 복귀가 완료되면 관람이 재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로서의 기능이 복원되면 그동안 완화됐던 인근 집회·시위 제한 역시 다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따르면 그간 청와대 앞 집회·시위는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한 규정에 따라 제한돼 왔다. 이에 청와대가 대통령 관저로 쓰일 당시 경찰은 관저의 경계 지점을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 보고 청와대 사랑채 앞 횡단보도 북쪽으로는 집회·시위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뒤인 2022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의 ‘관저’ 부분에 대해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 시한인 지난해 5월 31일까지 법을 고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청와대 앞 집회·시위를 규율할 법의 공백을 막기 위한 집시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으나 지난 2월 소위에 회부된 이후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태다.
한쪽은 대통령 관저 및 집무실 100m 이내 집회를 조건부로 허용하자는 입장(국민의힘 김종양 의원), 다른 한쪽은 아예 거리 제한 조항을 삭제하자는 주장(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으로, 쟁점의 간극이 커 접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인근 상인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온다. 청와대를 떠났던 직원들이 돌아오면서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와 함께 과거처럼 과잉 경비, 집회 시위 소음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기존 법 체계 안에서 보완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법에서도 대통령의 집무실은 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관저는 명확히 보호되지 않았다”며 “과거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동일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관저 보호 문제가 새롭게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헌법재판소가 문제 삼은 것은 분리된 관저에 대한 별도 보호 규정이 없다는 점이었고 이는 청와대에서처럼 집무실과 관저가 합쳐진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금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게 되면 과거처럼 관저와 집무실이 동일 공간에 있는 형태가 돼 법 개정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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