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론 금융취약계층 대출 어려울 수밖에”
제도권 대출 늘어야 불법사금융 유출 줄어
“투기성 줄이고 중금리대출 늘려야 금융 밸런스 맞을 것”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널려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이 널려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정부가 전 금융권에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 정책을 도입하고, 금융감독원이 2금융권에 가계대출 공급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면서, 소상공인과 서민 등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취약계층 자금줄 ‘위기’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새로 제출하라는 지침을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 권역별로 요청했다. 정부가 명목성장률 전망 하향과 최근 가계대출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해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공급 목표를 현행보다 50%를 더 줄이기로 한 데 따라서다. 

당국은 상반기 대출 공급량을 초과한 은행과 2금융권에 페널티를 부과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상반기 중 초과한 대출 공급량만큼 하반기 공급량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금융권(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 등)은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금융취약계층이 주로 찾는 곳으로, 이미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안으로 인해 이들이 합법적인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불법 사금융 유입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의 주요 타깃은 투기성 대출(갭투자, 다주택자 등)이지만 총량 감축은 생계·생활자금, 소상공인 운영 등 생계형 대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법사금융 유입 위험...실제 피해자 수만 명

대출 규제의 주요 타깃은 갭투자, 다주택자 등 투기성 대출이지만, 총량 감축은 생계·생활자금, 소상공인 운영 등 실수요 대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도권 금융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약 2만9000명에서 최대 6만1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불법사금융 이용금액은 약 3800억~79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3년(5만3000명~9만4000명, 6800억~1조2200억원)과 비교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만 명이 불법사금융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개인신용평점 하위 50%의 작년 대출 승인율이 9.6%로 전년(8.2%)보다 다소 높아졌다”며 “이는 대부업체가 코로나19 이후 축소했던 신규 신용대출을 점차 확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즉, 제도권 대출이 늘면 불법사금융 유출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정책 엇박자...실효성 있는 예방책 필요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이 서민·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예대율 산정 시 민간 중금리대출의 10%를 제외하고, 정책금융상품 및 민간 중금리대출에 여신비율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전체 대출 공급을 줄이라고 압박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대출을 늘리라고 독려하는 ‘모순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대출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만 늘리라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신규대출 증가분을 50%로 줄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금융취약계층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심사 기준을 유연화해서 유입 고객을 넓힐 수는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책이 충돌하는 건 맞지만 유동성이 흘러 들어가면 부동산 투심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에 당국도 이 유동성을 확실히 누르겠다는 강한 목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고, 저축은행권 역시 시장을 예의주시하면서 정부 정책에 따라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금융연구원 안용섭 원장은 “신속하게 주택 자금 안정을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도 생기는 것 같다”며 “투기성 대출을 줄여 중금리대출을 늘리면 전체 금융의 밸런스가 맞춰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원장은 “함께 상생할 수 있게 마진이나 대손을 줄이고 부실을 덜 나게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복지에 대한 정보와 금융에 대한 정보가 통합되고 마이데이터를 활성화해 맞춤형 수혜를 주고 필요한 사람에게 알맞은 금리를 할당해야 효율을 올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게 되면 불법사금융을 예방할 수 있을 거고, 배드뱅크와 같은 채무조정 역시 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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