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여당 대표 자리 두고 격돌
오차범위 내 박빙…“우열 예단 어려워”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이재명 정부의 첫 여당 대표 자리를 두고 정청래 의원(4선, 서울 마포을)과 박찬대 의원(3선, 인천 연수갑) 간 당권 전쟁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8월 2일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15%·권리당원 투표 55%·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대표를, 중앙위원 50%·권리당원 50%를 각각 합산해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과 박 의원이 지난 10일 후보 등록과 함께 각각 개혁과 안정이라는 대조적 기치를 내걸었다. 7월 중순 현재, 두 사람의 대결은 당심과 민심, 개혁과 실용의 노선 경쟁으로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鄭 “강력한 개혁 수행”
정청래 의원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목동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저는 ‘강력한 개혁 당 대표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며 “통합과 안정, 협치 등 아름다운 미사여구는 대통령에게 돌리고 저는 험한 일, 궂은 일, 오직 개혁 작업을 열심히 하겠다”며 피력했다.
정 후보는 이에 앞서 당대표 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뒤 “대한민국은 여전히 내란과의 전쟁 중”이라며 “추석 전 ‘검찰·사법·언론개혁’ 등 3대 개혁을 마무리 하겠다. 민심이 천심이고 당심이 천심이다. 당원의 권리 행사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정 의원은 지난 6월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의원과 자신의 노선이 다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권투로 치면 저는 강력한 인파이터, 박 의원은 아웃복서라 볼 수 있다”며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3개월 내로 전광석화처럼 해치울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기대하는 분들은 저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현할 ‘10대 혁신 공약’으로 △국회에 12·3 불법계엄과 내란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전당대회 즉시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TF 가동 △대의원 제도는 유지하되 대의원 투표제 폐지 △지방선거 열린 공천시스템 도입 △당원투표제 상설화·당원주권위원회 신설 △지역위원회 차원의 월 1회 당원교육 의무화 △연말 전당원 콘서트 △SNS위원회 상설기구화 △당원 정책박람회 연 1회 개최 △당원존과 민원실 통합 등을 제시했다.
이렇듯 정 의원은 대선 불복 프레임을 전면 돌파할 ‘내란특위’ 구성과 검찰개혁·언론개혁 테스크포스 구성을 공약으로 내걸며 민주당 주류 강경 노선의 상징성을 강화하고 있다.
朴 “통합과 실용에 방점”
반면 박 의원은 정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강성 이미지와 선을 긋고, 정무적 유연함과 실용성을 무기로 들고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유능하면서도 겸손한 사람, 소신이 확고하면서도 유연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표 후보 등록 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원의 목소리를 국민주권정부의 국정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되겠다”며 “저 박찬대가 이 대통령과 함께 당심, 민심,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마음에 박찬대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명심 경쟁이 바람직하거나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결정한다고 하면 박찬대는 절대 유리하다고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정치-정당개혁 10대 공약’ 내세우며, 정치개혁 5대 과제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지구당 부활 △정치후원금 세액공제 확대 △국회 윤리특위 상설화 △'명태균식' 여론조사 원천 차단 등을 제안했다. 정당개혁 공약으로는 △선출직 평가에 당원 평가 반영 △전략공천 당원 추인제 도입 △당내 선거 공영제 도입 △의원총회 공개 확대 △디지털 정당 플랫폼 구축 등을 내세웠다.
현재 판세는 ‘오차범위 내 박빙’인 가운데 승부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당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정 의원 30%, 박 의원 29%로 나타났다. 41%는 의견을 유보했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이다. 민주당 지지층(조사완료 사례수 기준 461명, 표본오차 ±4.6%포인트)에서는 47%가 정 의원을, 34%는 박 의원을 지지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갤럽 측은 “2주 전과 비교해 보면 유권자 전체 기준 양자 격차가 3%포인트 줄었고, 민주당 지지층 기준 격차는 4%포인트 늘었다”며 “전자는 오차 범위 내, 후자는 오차 범위를 소폭 벗어나는 수준으로, 경선 룰을 고려하면 이 수치만으로 우열을 예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돌발 변수 곳곳 산재
선거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도 등장했다. 7월 중순 들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자 당권 선거 일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박 후보 측은 즉각 “당장 경선 일정을 중단하고 수해 복구에 집중하자”며 도덕성 리더십을 부각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수해 복구와 당권 선거는 병행이 가능하다”며 ‘온라인 투표 확대’, ‘일정 단축’을 주장하며 빠른 대세론 확립 전략으로 맞불을 놨다.
일정 논란은 두 후보의 전략적 노선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청래가 당심의 열세를 빠른 투표로 굳히려 한다면, 박찬대는 일정 연기를 통해 민심 회복과 조직 재정비 시간을 벌어보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당내 조직 지형도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의 지역 상임대표들이 박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 의원이 당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선점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의 시선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개혁 전면 돌파가 필요한 시기라는 평가와 함께, 대선을 치른 지 불과 1년 반 만에 다시 강성 노선을 선택할 경우, 중도 외연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시에 협치와 실용을 앞세운 안정 리더십이 오히려 개혁 동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권을 둘러싼 이번 대결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이 나아갈 정치적 노선을 결정짓는 분기점이자,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메우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과연 누가 당의 진로를 이끌 새 얼굴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