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이전과 재매각, 두 갈래 길에 선 MG손해보험 운명
1947년 국제손보 출범부터 이어진 78년 보험사의 ‘굴곡’
“예별손보 전환, 단순 간판 교체 아닌 보험산업 시험대”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1940년대 국제손해보험으로 시작한 MG손해보험의 변천사는 한국 보험사 아카이브(역사와 기록)로 남을 만큼 굴곡이 컸다. 이제 금융당국 관리 아래 ‘예별손해보험’으로 새 출발하며, 124만 가입자와 수천 명 직원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간 대규모 자본 투입과 경영 정상화가 필요했지만, 이미 수차례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계약 보험을 5대 손보사로 분산 이전하는 방안과 재매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은 보험사 존속과 가입자 보호, 직원 고용 문제 등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한국 보험산업의 현실적 과제를 보여준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8일 예별손보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주관사는 제한경쟁 입찰로 선정되며, 매각 방안 수립과 투자자 물색, 투자자 설명회 등 자문 업무를 맡는다.
국제손보부터 예별손보까지…MG손보의 끝없는 풍랑
MG손보의 역사는 한 기업의 흥망을 넘어, 한국 보험산업 변화의 기록으로 볼 수 있다. 1947년 국제손해보험으로 출발한 회사는 1965년 국제화재해상보험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75년에는 증권거래소 주식 상장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01년에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그린화재해상보험과 그린손해보험 등으로 변신하며 외환위기 이후 자본 투입과 사업 다각화, 경영 쇄신을 반복했다.
2013년에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사모펀드가 투자하며 MG손보로 새 출범했다. 중저가 상품 강화, 온라인 채널 확대, 젊은층 타깃 전략 등 구체적 성장 방안이 도입됐다. 전환 시기마다 경영 전략, 주주 구성, 자본 확충 방식이 달라지며 업계와 가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예별손보 전환은 단순 간판 교체가 아니다. 계약 관리와 향후 재매각을 위한 준비 단계로, 2022년 금융당국 특별 관리 편입 이후 2023~2024년 세 차례 매각 무산의 배경에서 나온 조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빠른 사업 확장과 전략 전환 속 누적된 구조적 리스크가 위기로 이어졌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와 투자자산 손실이 2019년 이후 경영의 걸림돌이 됐다”고 설명했다.
예별손보라는 명칭은 금융당국의 ‘예금자를 밝게 비추는 별’ 정책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밖의 위험자산과 정상자산을 구별해 관리한다는 의미나 예보 별도의 손해보험이라는 ‘공적자금 관리 상징’ 해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재매각과 계약이전, 금융당국의 ‘투트랙’ 전략
현행 가교보험사 체제는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계약을 직접 관리하며 안정적 정리를 위해 도입됐다. 예보는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첫째는 재매각이다. 예보는 2026년 말까지 잠재적 인수자를 발굴하며, 매각 주관사 선정 후 매각 방안 수립, 투자자 물색, 설명회 개최 등 자문 업무를 진행한다.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인수 가능성을 높이려 하지만, 이미 3차례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된다.
둘째는 계약이전이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MG손보 계약은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5대 손보사로 분산 이전된다. 이는 124만 가입자 보호와 보험업계 신뢰 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예보 관계자는 “5대 손보사로의 이전은 2026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예별손보로의 이전은 9월 내로 정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금융당국은 계약이전 중심의 정리 방안을 계획했으나, MG손보 노조 등의 재매각 요구로 병행 추진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수자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계약이전이 주된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와 전문가들은 재매각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자본 투입 부담, 손해율 악화, 서비스 체계 혼란, 고용 승계 문제 등 구조적 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단체 해고와 조직 붕괴는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가입자 권리 보호에도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매각은 불투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가입자·직원 이해 상충…불확실성 속 선택의 기로
가입자와 직원 의견 또한 엇갈린다. MG손보 노조는 “정책 실패의 책임을 현장에 전가하지 말고, 정상적 인수합병과 건전한 경영 재건이 필요하다”며 재매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가입자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화됐다. 일부는 회사 존속과 브랜드 유지를 위해 재매각을 선호했다. 한 가입자는 “80여 년 역사의 보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다”며 새 인수자가 나타나 정상화되기를 기대했다.
반면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보는 가입자들은 계약이전을 선호한다. 계약이전 시 기존 보험료와 보장 조건이 그대로 유지되며, 청산 시 예금자보호법상 최대 5000만 원 한도로 제한되는 고액 가입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일부 직원 고용 승계로 서비스 연속성도 유지된다.
4월 금융감독원 앞 집회에서 가입자들은 “계약 조건이 바뀌지 않은 채 안전하게 유지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불확실한 재매각보다는, 확실한 보장을 제공하는 계약이전 여론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결국 예별손보 전환은 단순 기업 흥망을 넘어, 한국 보험시장과 노동시장, 사회안전망 전체를 시험하는 결정적 기로라는 평가다. 그간 MG손보의 역사는 구조적 위기와 정책 실패, 반복된 인수·합병 시도의 연속이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는 MG손보 문제 해결의 핵심을 ‘공적자금 최소화, 계약자 보호, 사회적 비용 통제의 균형’으로 진단한다.
보험금융 전문가는 “단순 재무적 정리만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렵다. 가입자와 직원 권익을 중심에 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과 예보가 매각과 계약이전을 추진할 때 단기적 안정뿐 아니라 장기적 보험시장 신뢰 회복과 노동권 보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는 보험산업 전체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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