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기후소송 등 기후 헌법소원 소송 주체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청소년 기후소송과 시민기후소송 등 기후 헌법소원 소송 주체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지난해 8월 정부가 2031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 보고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과 소송 대리인단 등은 지난 1년간 판결의 무게에 걸맞은 조치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청소년·시민·아기기후소송과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청구인단 및 변호인단은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 헌법소원 결정 1주년을 맞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는 오는 11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겠다며 도전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목표가 과학적 근거와 국제적 책임, 그리고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장을 요구한 헌법재판소의 명령을 제대로 반영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정부와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며 “NDC는 단순히 기한 맞추기가 아니라 미래세대 권리를 보장하고 과학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해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헌법불합치 판결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야 하며 △미래세대에 감축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되고 △감축목표는 과학과 국제 기준에 따라 설정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기후위기로부터의 보호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명시한 아시아 최초의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는 9월 2035년 감축목표 초안을 마련한 뒤 한 달여 만에 확정해 국제사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같은 정부, 국회의 행보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청구인들의 입장이다.

청소년기후소송 김서경 청구인은 “5년 전 헌법소원을 청구한 이유는 개인 실천이나 정치 요구만으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헌법재판소가 기본권을 중심에 둔 판결을 내린 만큼 정부와 국회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기기후소송 청구인인 김한나양은 “지난해 우리의 목소리가 헌법으로 인정받아 희망을 봤지만 지난 1년은 미래가 외면당한 시간이었다”며 “우리는 투표권이 없는 만큼 국가는 더 큰 책임감으로 우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각계의 지지 성명도 이어졌다. 법률가 211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기후대응은 국가의 헌법상 의무이자 국제법상 책임”이라며 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투명한 논의를 거쳐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1026명은 “기후재난 속에서 어린이·청소년의 꿈과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2035년 감축목표는 다음 세대가 살아갈 사회의 모습을 향한 현재 세대의 의지를 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기후위기를 국가적 위험으로 인정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것과 2035년 감축목표를 과학과 국제적 책임에 맞게 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불확실한 기술 의존을 중단하고 실효성 있고 일관된 기후정책을 수립·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달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5도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감축목표를 설정할 것을 권고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의 기후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