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청년구조보고서’는 현장에서 듣고, 데이터로 진단해, 구조적 해법으로 청년을 구조합니다.
과거, 건설업의 조공은 우리 청년의 든든한 아르바이트이자 기공으로 나아가려는 청년들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오늘날 건설업계는 불황의 국면과 함께 근로자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건설현장 취업 기피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청년이 과거 우리 청년의 역할을 메꾸어 가는 듯하다. 우리가 보아야 할 구조의 변화를 전한다.
건설산업 인력은 기술인력과 기능인력으로 나뉜다. 기술인력은 엔지니어를 의미하며, 기능인력은 건설현장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기능인력은 주로 일용근로자로, 팀단위(팀장, 기공, 준기공, 조공의 형태)로 움직인다.
기능인력에서 기공은 철근 등 전문성과 숙련도가 필요한 직무를 맡고, 조공은 이를 보조하는 등 단순 업무를 수행한다. 조공은 취업준비생 청년들의 아르바이트나 기공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히기 위해 거치는 자리로 보면 쉽다. 저숙련에 해당한다.
건설인력에서 K청년은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현장 기술인력 변화 동향과 확보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체 건설인력 인구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64%였던 반면, 2024년에는 15.7%로 48.3%p가 감소했다. 청년이 줄어든 만큼 고령화의 속도는 빨라졌다.
기술인력과 기능인력 모두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직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기술인력에 비해 일용직 형태가 주류인 기능인력의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이다. 대학 진학률 상승과 사무직, 지식노동 선호가 맞물리면서 기능인력 진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청년이 기능인력으로 진입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일자리로 여기는 듯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연구보고서 ‘서울지역 건설일용직 노동실태와 지원방안’은, 30대 이하 청년이 건설일용직을 택한 이유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경력이나 전문성 없이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57.2%를 차지했다. 또한,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고등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건설 분야 취업 희망자는 6%에 불과했다.
청년이 건설업을 기피하는 배경에는 오늘날 변화한 청년의 특성에 있다. OECD 1위의 대학진학률과 지식노동 지향, 1차 노동시장 선호는 일용직 중심의 기능인력 특성과 맞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접근하기에도 진입장벽이 있다. 비슷한 육체노동인 택배 상하차는 일감이 많고 하루 단위 구직도 쉽지만, 건설은 팀 단위 인맥으로 사람을 구하고, 공사기간 단위로 일을 하다보니 하루이틀 일하려는 청년은 자리를 얻기도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장기적으로 청년의 건설업 기피를 고착시켜왔으며, 빈자리를 대체한 것은 청년 외국인 노동자였다. 이런 관점에선, 건설업 기능인력 분야에서 외국인 청년이 내국인 청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프레임 보다는 K청년이 사라지며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는 필수적 역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AI번역기 ‘자이보이스’를 개발해 현장에 도입했다. 발언자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다국어로 번역해 텍스트로 표시하는 기능이다. 근로자 아침조회 등에 활용해 숫자가 늘어난 다국적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전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인력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보니, 아침조회가 길어지거나, 정보 전달 누락이나 통역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있었다. AI번역기의 도입은 업무 효율개선, 안전망 강화, 산업재해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우리나라 건설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은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과 정부의 방향성은 업무에 집중하고 안전하게 근무하는 환경조성에 노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으로는, 업계에서 꾸준히 언급하는 외국인 체류는 합법적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현장에서 우리 선배들이 구슬땀으로 쌓아 온 암묵지가 청년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2017년 이후 생산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산업계 곳곳에서 인력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지금, 한 명의 인재를 어디로 이끌어 키울 것인가는 국가적 과제이다.
저성장 국면 속에서 기술 주도 성장을 외치는 오늘, 외국인 인력은 우리 사회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동반자이며, AI는 언어장벽과 일손 부족을 극복하는 핵심 도구이다. 동시에 선배 세대의 귀중한 자산을 지키면서 우리 청년 인재는 AI대전환을 이끄는 고숙련 인재로 육성해야 할 전략자산이 아닌지 곱씹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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