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보상안·보안 투자 등 선제 조치 내세워 입장 고수
참여연대 “과징금 상한액 상향·집단소송제 도입 필요”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SK텔레콤이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이하 통신분조위)가 내린 직권조정 결정을 끝내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통신분조위가 제시한 결합상품 해지 위약금 50% 부담 및 위약금 면제 기한 연말 확대 요구에 대해 기한 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조정은 ‘불성립’으로 종료됐다.
통신분조위는 지난 7월 21일 SK텔레콤 고객 정보 침해사고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직권조정 결정을 내렸다. 핵심은 유·무선 결합상품 해지에 따른 위약금 절반을 SK텔레콤이 부담하고 이동통신 서비스의 위약금 면제 기한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하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SK텔레콤이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고객이 결합상품을 해지하게 된 것이 회사의 과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임을 인정했다. 또한 위약금 면제 기한을 7월 14일로 한정한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장문의 문자 1회 안내만으로는 충분한 고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통신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SK텔레콤 측은 “결정을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기업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과 유사한 소송 및 집단분쟁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할 때 수용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당사자가 직권조정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서면으로 수락 의사를 표명하지 않으면 이를 불수락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SK텔레콤은 이 기간 마지막 날까지도 별도 회신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결정 거부 의사를 내비췄다.
통신분조위의 직권조정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만큼 한쪽 당사자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 효력을 갖지 못한다. 이번 사안의 ‘조정 불성립’은 업계 안팎에서 예견됐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직권조정을 수용한다면 향후 유사 사고에 대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부담이 클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사전적 보상과 대규모 보안 투자 발표를 통해 분조위 권고 대신 자율 대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들은 기본적인 암호화 조치도 없이 국민 절반에 달하는 2300만 명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SK텔레콤의 조정 거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이번 직권조정 결정은 단순히 불과 열흘에 불과했던 위약금 면제 기간을 연말까지 보장하자는 최소한의 조치였다”라며 “SK텔레콤이 이를 거부한 것은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에는 집단소송제도와 증거개시제도가 없어 개인 피해자들이 거대 이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도 책임 입증이 어렵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 상향 조정과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SK텔레콤은 8월 한 달간 통신요금 50% 감면, 연말까지 데이터 50GB 무상 제공, 멤버십 혜택 확대 등 자체적인 보상안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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