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가족부’ 출범 임박…여성 정책, 구조·예산 확대
폐지 넘어 부활…‘성평등 컨트롤타워’ 거듭난 여가부
“‘성평등’에 초점...양성평등 구조 완화 취지로 보여”
“여성계, 숙원 사업 이뤄…젠더폭력 대응 총괄 기대”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며 예산과 기능이 대폭 확대된 가운데, 여성계는 명칭 변경에 일부 우려를 표하면서도 정책 실현에 기대를 걸고 있다.
10일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따르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고 여가부 내 여성정책국은 성평등정책실으로 확장된다. 이는 국내 근본적 성평등 정책 추진을 위한 핵심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여가부 개편안 외에도 기획재정부 분리개편,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등 내용이 담겼다.
여가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폐지 공약과 1년 5개월간 이어진 장관 공석으로 지난해까지 ‘유명무실한 부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가부의 2026년도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9866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 가족 정책이 1조4019억53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뒤이어 성평등 정책(2751억9000만원), 청소년 정책(2679억300만원), 행정지원 415억원 등 순이었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여가부는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을 추가하게 된다. 여가부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도입해 그간 지적받아 온 국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한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피해자 지원 인력을 늘리고 전문 교육을 확대해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기능을 고도화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피해자가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여성계 전반의 분위기는 이번 개편안과 원 장관의 정무 수행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특히 조직과 예산 규모가 동시에 증가했다는 점에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선희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부처 개편은 여성계의 오래된 숙원 사업을 이룬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여가부는 항상 예산이 적고 해야 할 일은 많았기 때문에 이번 확대 개편과 예산 편성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남겼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상임대표는 본보에 “여가부가 작은 부처이긴 하지만 타 부처와 협력하거나 업무를 조정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장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새로운 유형의 젠더 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총괄 기능을 잘 수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서 개편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부서 명칭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성평등’으로 치환되는 만큼 부서의 운영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여성을 지우는 방식’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러한 우려를 인정하고, 안정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도록 꾸준한 감시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대표는 본보에 “여성이라는 이름이 부처 차원에서 지워진다는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성평등’에 강조점을 뒀기 때문에 양성평등 구조를 완화시키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계는 양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 구조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젠더 다양성과 권력 구조의 불균형에 집중한 ‘성평등’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번 부처 개편안에 여성 명칭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여성을 지운 것이 아니라 구조를 확장했다는 관점이다.
한편 이날 오후 원민경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임기를 시작했다. 원 장관은 여가부 개편에 대해 취임사에서 “단순히 간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성평등과 가족·청소년 정책의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위상과 기능이 한층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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