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사회복지회 강대성 회장
△ 대한사회복지회 강대성 회장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속에 완연한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우리를 괴롭히던 폭염은 자취를 감췄지만, 그 뜨거웠던 기억은 아직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숨이 턱 막히던 폭염 속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까. 에어컨을 켜놓고도 전력난을 걱정해야 했고,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과 농작물 피해, 더위를 이기지 못한 어르신들의 안타까운 소식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 여름은 기후변화가 먼 미래의 가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냉혹한 현실임을 다시금 일깨워 줬습니다.

최근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심각한 식수난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생수를 구하기조차 어려웠고, 학교 급식이 중단되며 병원 운영까지 차질을 빚는 현실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의 강릉이 내일의 우리 지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설마 우리에게 그런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 유비무환(有備無患) 

우리 선조들은 ‘유비무환’이라 하여,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마치 천수답처럼 하늘만 바라보며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옛 기록에는 가뭄이 들면 임금조차 직접 기우제를 지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일부 부족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믿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멈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하늘만 바라볼 필요가 없습니다. 과학기술과 제도, 그리고 우리의 의지가 있다면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행동하는 끈기와 지혜가 절실합니다. 

이제는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1. 물 관리 시스템의 혁신

기후 위기는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입니다. 따라서 물 관리 체계는 근본적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빗물 저장과 재활용, 해수 담수화, 상수도 누수 관리 등은 이미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기술입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단기적 대응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준비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는 결국 위기 대응 능력에서 드러납니다.

2. 생활 습관의 전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은 우리 삶의 습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물 절약,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절약 등은 흔히 들려오는 구호지만, 정작 꾸준히 실천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습관 하나가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내일의 세대를 위해,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3. 교육과 인식의 변화

기후 위기는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학교에서는 환경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과 지역사회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학습과 캠페인을 이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미래 세대에게 ‘환경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임을 분명히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합니다.

이제는 기후변화의 징후를 두려움으로만 바라볼 때가 아닙니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순간입니다. 우리가 겪은 폭염, 가뭄, 홍수, 태풍은 앞으로 더 자주, 더 거세게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입니다.

정부는 정책과 예산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개인 또한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감당하는 작은 불편은 내일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가장 확실한 약속입니다.

가을 하늘이 높고 푸릅니다. 이 맑은 하늘 아래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결심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작은 발걸음이 내일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곳이 되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의 실천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미래는 기다림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의 선택과 준비가 미래의 모습을 결정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온 우리는, 이제 가을의 선선한 바람 속에서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합니다. 더 이상 하늘만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길을 내어가는 삶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길 위에서 미래 세대와 함께하는 희망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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