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CEPA 협상 타결 추진, 자동차 관세 인하 기대
한국의 18위 교역국 태국, 아세안 내 교역 규모 5위
아세안 통상 외교 강화 추진, 디지털 공급망 협력 모색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정부가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세안 내 경제 대국이자 유망 시장으로 손꼽히는 태국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달했다. 양국은 지난해 7월 1차 협상을 시작한 뒤 이달 7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여파로 수출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은 정부의 자구책이자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태국 CEPA 제7차 공식 협상’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한다. CEPA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이다. 당초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목표로 했으나, 공급망·중소기업·관광·보건·노동·환경 등 논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난달 ‘포괄적 경제협력’의 의미를 담은 CEPA로 확대됐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상품·서비스·투자·디지털·금융 등 7개 분야를 논의한다. 한국은 자동차·철강·가전 등 주요 제조업 분야의 시장 개방을, 태국은 파티클보드(PB)·새우·망고 등 목재·농수산물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로 상당수 품목의 관세가 철폐됐으나 자동차·철강·가전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높은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40~64%에 달하는 높은 관세로 수출이 사실상 막혀 있다. 반면 FTA를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는 중국산 전기승용차는 태국 시장 점유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단번에 중국 수준까지 관세를 낮추기는 어렵더라도 일본(20%)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이번 회차에서 마무리되더라도 산업부·외교부·법제처의 법률 검토, 국무회의 의결, 양국 간 협정문 서명, 국회 비준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발효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태국은 한국의 18위 교역 대상국이자 아세안 내 다섯 번째 교역국이다. 양국 간 교역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19~2020년 잠시 위축됐으나, 2022년 165억달러(약 2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4년 명목 GDP는 5264억달러(약 734조원)로, 아세안 국가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부 노건기 통상교섭실장은 “한·태국 CEPA는 양국 간 교역·투자를 한층 활성화하고 폭넓은 경제협력 기반을 구축하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며 “양국 소비자의 후생을 증진시키고 기업에도 수출 경쟁력 및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는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발 관세 여파에 대응해 아세안 지역 통상 외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오는 24~2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 미국·EU·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협력국 장관들이 함께한다.
한국은 한-아세안,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경제장관회의 및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에 참여해 디지털 전환, 공급망, 기후변화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여 본부장은 “아세안 경제장관회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인 아세안과의 디지털 등 새로운 통상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회의에 참석한 다양한 국가와 양자적으로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개선 등 경제협력 현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이번 회의를 우리 기업의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한국이 디지털 등 새로운 통상 규범 마련을 주도하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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