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DL건설 CSO 교체에도 안전 경영 역량 의심 여전
이해욱 회장, 국토위 국감 증인 채택...반복 산재 기업 경고장
건설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환기를 맞았다. 낡은 관행을 털어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예방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고강도 정책을 내놨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넘어 간판까지 내릴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생존이 달린 문제로, 자구책과 함께 미래를 그려갈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DL그룹 주요 계열사로 분류되는 DL이앤씨와 DL건설은 올초부터 안전 경영 강화에 힘써왔다. 양사가 공동 운영하고 있는 ‘DL안전보건협의체’ 출범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협의체는 중대재해 제로 달성을 목표로 안전보건 정책 수립,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 개선 활동을 추진하며 그룹의 ESG경영을 뒷받침하는 데 매진했다.
하지만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따가운 질타를 받게 됐다. 8일 국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DL그룹 이해욱 회장이 국토교통위원회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13일 국감 출석을 앞두고 있다. 지난 8월 DL건설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를 포함해 몇 년간 잇따른 사망사고로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논란이 된 DL건설 추락사고는 지난 8월 8일 경기도 의정부의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6층 높이에서 떨어진 50대 근로자는 사망했다. 사고 여파로 DL건설은 물론 모회사인 DL이앤씨도 전국 모든 현장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안전 점검에 돌입했다.
이 사고는 양사의 뼈아픈 기억으로 남게 됐다. 그룹의 중대재해 제로 목표 달성이 무산된데다 안전 경영 쇄신의 일환으로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교체한 직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협의체 공동위원장을 맡아온 DL이앤씨 이길포 전 CSO와 DL건설의 임성훈 전 CSO는 8월 초 조직개편 등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부의 산재 제로 행보에 발맞춘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다만 임 CSO 교체는 문책성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시 전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71t 천공기 전복 사고의 책임을 묻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후 후임으로 하정민 상무가 CSO로 선임됐으나, 의정부 추락사고로 부임 한 달도 못돼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는 현재 계류 중이다. DL건설 관계자는 “8월 사고 직후 일괄 사표를 제출한 CSO와 현장소장들은 실질적인 사고 수습 능력과 책임을 지닌 위치에 있어 사표 수리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의 CSO 바통은 전종필 안전보건경영실 실장이 이어 받았다.
DL은 최근까지도 인적 쇄신을 이어갔다. DL건설 강윤호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여성찬 신임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DL건설은 여 대표의 현장 경험을 강점을 내세웠다. 여 대표는 2021년부터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 임원으로 선임돼 주택사업을 이끌어왔다. 특히 7곳의 현장 실무를 거쳐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의 주요 현장 소장을 역임하는 등 안전·품질 관리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DL건설 측의 설명이다.
DL건설 관계자는 “여성찬 대표이사는 현장 관리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DL건설의 전사적인 안전관리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도 박상신 대표이사를 필두로 안전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근로자들이 참여하는 안전신문고 제도를 강화했다. 안전신문고는 현장에서 작업자가 위험 요소를 발견하거나 불안전한 작업을 요구받는 경우 신고를 통해 작업중지 또는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약 2만4000건 이상의 신고 내용을 분석해 근로 환경 개선에 활용했다. 안전신문고 우수 참여 근로자에겐 포상을 제공해 작업중지권 사용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DL이앤씨는 법적 기준을 초과한 안전 예산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예산을 출연해 안전 전담자를 추가 채용하는 등 협력사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안전경영 투자금으로 ▲ 2021년 838억원 ▲2022년 822억원 ▲2023년 996억원 ▲2024년 983억원을 집행했다.
관건은 안전 경영에 대한 진심을 전하는 방식이다. 올해 국감은 10대 건설사 중 2곳을 제외한 8곳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의 강력한 산재 제로 압박 수위가 여실히 나타났다는 점에서 DL그룹 이해욱 회장 역시 국감 출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일각에선 DL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 대해선 안전불감증에 경각심을 심어주겠다는 차원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에도 국회에 출석해 안전관리 현안에 대해 질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국감 불출석 사유로 ‘해외 출장’을 내세웠다가 비판을 받은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소환돼 사과했다. 그만큼 올해 국감장에서 내놓을 이 회장의 메시지도 업계 관심사 중 하나다. DL 관계자는 출석 통지서 수령 전이기 때문에 이 회장의 출석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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