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고용노동부 내 여성고용정책과가 폐지되고 관련 업무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여성단체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관련 정책이 고용노동부와 성평등가족부에 분산돼 추진될 예정이지만 노동부에서 ‘여성’ 관련 기능이 빠지면 성평등 노동정책의 중심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 부처는 협업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실제 권한과 집행력의 분산으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와 논란이 남아 있다.
30일 성평등가족부 및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정부 조직개편으로 인해 기존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에서 수행하던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집단상담 프로그램 △고용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등의 업무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됐다.
이에 따라 성평등가족부에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평등정책관이 신설됐으며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는 사라졌다.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기 전 여성가족부가 여성 고용 문제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등을 중심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여성고용과 관련한 실질적 집행 권한, 예컨대 여성을 비교적 덜 채용하는 기업에 조치를 취하는 ‘적극적 고용개선’ 업무 등은 고용노동부가 진행해 왔다. 성평등가족부는 지원 중심의 업무를 이어왔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행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조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여성고용정책의 무게추가 성평등가족부 쪽으로 옮겨갔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성별근로공시제 역시 성평등가족부가 맡게 됐다. 성별근로공시제는 기업이 성별 고용 현황을 스스로 공개해 격차 해소를 유도하는 제도다.
다만 모성보호나 일·가정 양립 지원 등 정책은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가 담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관련 업무가 양 부처로 분산된 셈인데, 여성·노동계는 이 같은 조직개편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여성고용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소속된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여성고용정책과를 폐지말고 확대·강화해 성평등노동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여성고용정책과 폐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한국노총 정연실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에는 남성 노동자만 있냐”며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차별과 저임금, 고용불안은 누가 책임지나”고 말했다.
이어 “여성고용정책과의 폐지와 기능 이관은 그저 단순한 조직 개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기능 분산에 따른 정책의 연속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히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과 같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사업을 인력 수와 노하우, 시스템과 권한이라는 점에서 비교도 할 수도 없는 성평등가족부에 이관해 버린다고 하니 제도 수립과 이행에 과연 의지가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성계는 정부의 노동정책 기획과 수립, 집행은 고용노동부의 역할과 책임이라며 특히 여성고용정책과는 여성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며 폐지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와 성평등가족부는 협업을 통해 고용평등과 여성 고용 정책이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장관은 지난 20일 진행된 여성노동연대회의 간담회에서 성평등가족부가 여성노동정책의 역할과 책임을 나눠 맡게 됐지만 ‘여성노동정책에 대한 최종 책임은 고용노동부에 있다’고 짚었다.
이후 지난 22일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여성노동정책과 폐과를 막지 못한 것과 이 과정에서 현장과의 소통이 없었던 점은 분명히 고용노동부 장관의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또한 이후 중앙부처의 여성노동정책 전담 조직의 국 이상의 복원과 지방노동관서의 고용평등과 복원에 대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양 부처는 지난 28일 고용평등 및 여성고용노동정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업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이선희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확대된 성평등가족부가 여성 이슈와 고용·노동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 위해 산하에 전문 부서를 두고 예산을 지원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가 사실상 사라지고 명목상으로만 남은 채 모든 역량과 기능이 성평등가족부로 이전되는 상황은 오히려 정책 혼선을 부르는 데 이어 추진력을 약화시키고 여성 의제를 축소시킬 수 있는데, 이 같은 구조적 변화 때문에 시민사회가 반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기존 역할을 유지한 채 성평등가족부에서 추가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형태로 정책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과거 여성가족부는 방대한 의제를 담당했지만 예산과 권한이 부족해 정책 집행에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정부가 예산과 권한을 충분히 배정하고 고용노동부에 컨트롤타워로서 고유성을 부여해야 앞으로 여성·노동·고용 정책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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