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을 향해 총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검찰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예산안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며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정부 예산안이 700조원을 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등 국가경제 성장 정책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 편성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을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저성과·저효율 지출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지출을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본격적인 연설 전 경주 APEC 성료, 관세 협상 타결·70조원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등 한미·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거론했다. 또 대통령 취임 선서 이후 5개월 동안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 4000 돌파 등을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의 번영과 교류 협력을 주도하는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대전환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해 올해 예산(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활용하며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와 함께 국방 분야와 관련된 내년도 예산을 8.2% 증액 약 66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예산은 대표적으로 AI시대 최첨단 무기체계 재편과 최정예 스마트강군 전환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증액이 미국 등 외부 압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주국방 의지를 반영한 조치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하며 이 대통령의 연설을 전면 보이콧했다. 야당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것은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거부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이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본청 앞 계단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모두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뒤 ‘야당 탄압 불법 특검’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후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으로 입장하자 “범죄자 왔다”라고 외치거나 “이재명식 정치탄압 폭주정권 규탄한다”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항의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짓고 가볍게 목례한 다음 본회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야당탄압’이자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내란특검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시정연설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추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전 대선후보,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권 인사들을 향한 수사기관의 움직임을 규탄하는 발언이 잇따랐고 결국 보이콧 계획이 확정됐다.
앞서 김 전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으며 권 전 위원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유튜버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정권의 충견, 조원석 특검이 전날 우리당의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조 특검은 추 대표에 대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서 짜 맞춘 ‘답정너’식 영장을 쳤다. 영장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모도 없었는데 어떻게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로 영장을 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야당을 ‘내란 세력·위헌 정당’으로 몰아서 해산시키고야 말겠다는 야당 탄압, 야당 말살, 정치 보복 수사이고, 영장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모아야 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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