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이후 뚜렷한 안정세…강남3구·마용성, 상승세 둔화
유동성 증가·공급 부족에 단기적 효과…초양극화 우려도
전문가, 공급 시기·지역 명시한 구체적 계획 필요성 강조
보유세엔 당정 이견…구윤철 “보유세 낮아 매물 잠김 심화”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가 정보가 게시돼있다. ⓒ투데이신문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가 정보가 게시돼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이재명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정책으로 불리는 10·15 대책이 시장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화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 불안과 유동성 증가 문제로 상승 압력이 남아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현금여력이 있는 자산가 위주의 시장 재편이 이뤄지며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이번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주택 가격대별 주담대 한도를 차등화해  ‘초강수’ 규제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0월 13일 기준, 2주 누계) 0.54% 상승을 기록한 서울 주택 가격은 바로 다음주(10월 20일 기준) 0.50%로 소폭 진정됐다. 이후 11월 둘째 주 들어선 0.17%대로 둔화됐다.

서울 내에서도 요주의 지역으로 꼽히는 용산구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10월 둘째 주(2주 누계)와 비교하면 11월엔 뚜렷한 안정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용산구 0.80%→0.31% ▲강남구 0.31%→0.13% ▲서초구 0.45%→0.20% ▲송파구 1.09%→ 0.47%로 상승률 확대폭이 줄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용산구와 강남3구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집값이 급등했던 마포구와 성동구도 각각 1.29%→ 0.23%, 1.63%에서 0.37%로 개선됐다.

다만 이번 대책의 장기적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심리지수(CSI)는 9월보다 10p 상승한 122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만의 가장 높은 수치다. 증가폭의 경우 2022년 4월(10p) 이후 가장 컸다. CSI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공급 부족, 풍부한 유동성 등 구조적 상승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양지영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도심 내 정비사업 지연이 신규 공급 축소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결국 주택가격 불안 재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27 대책 발표 이후 진정됐던 서울의 주택 가격은 9·7 대책(공급안)이 시장에 충분한 공급 안정화 신호를 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급등하기 시작했다.

6·27 대책 발표 전주인 6월 셋째 주 0.43% 상승을 기록했던 주택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8월 둘째 주부턴 상승폭이 0.1%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9·7 대책 발표 전주까지 0.1%를 밑돌던 주택 가격은 9월 셋째 주 0.12% 상승하며 반등 조짐을 보였다. 10·15 대책이 발표되기 전 10월 셋째 주엔 0.5%까지 폭등했다.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서진형 교수는 “구체적인 공급 로드맵 부재와 유동성 증가로 여전히 가격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며 “집값 안정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번 대책은 집값 상승에 대한 원인 규명도 없이 단편적인 규제강화 내용만 담고 있어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0·15 대책의 후속 조치로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주택 공급 계획을 연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7 대책에서 제시한 수도권 135만호 공급 계획을 구체화해 시기와 지역을 명시한 세부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주택 공급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리얼투데이 조은상 리서치본부장은 “대통령 임기 내 수행 가능성, 예산, 공공의 시행 역량 등으로 135만호 공급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하게 3기 신도시 어디 지구에 사전 청약을 몇가구 하겠다는 수준으로 발표돼야 구체적인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역시 “지금부터 2030년까지 매월 몇 만호가 어디에 공급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 4년 6개월짜리 캘린더가 제시될 정도의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효과다. 10·15 대책이 초양극화 심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고가 주택을 매입하고, 중산층 이하 계층은 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용산구(0.23%→0.31%), 성동구(0.29%→0.37%), 서초구(0.16% → 0.20%), 송파구(0.43% → 0.47%)의 주택 가격은 10월 넷째 주(10월 27일~11월 3일)와 11월 둘째 주(11월 3일~11월 10일) 조사 결과 대비 소폭 상승했다.

양 전문위원은 “거래 단절은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시킬 수 있다”며 “자산 이동성이 있는 상층은 시세차익을 누리고, 중산층 이하는 시장 진입 자체가 봉쇄되어 자산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리 동결과 스트레스 DSR 병행으로 실수요자의 구매력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정책이 유일하게 허용하는 거래는 마용성과 강남3구 등 ‘현금으로 살 수 있는 핵심 입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반적인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선호단지 및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상승 거래가 체결됐다”며 “성동구는 행당·성수동 주요 단지, 송파구는 잠실 ·신철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 본부장은 “현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주요 입지 고가 아파트의 상승 거래를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10·15 대책에서 예고된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 역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예컨대 50억원짜리 집 한 채 들고 있는 데는 (보유세가) 얼마 안 되는데 5억원짜리 집 세 채를 갖고 있으면 (보유세를) 더 많이 낸다면 무엇이 형평성에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매물 잠김 현상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에 신중한 태도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에서 보유세 인상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세금 문제는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당 지도부 기조”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전현희 의원도 “부동산 보유세를 갖고 부동산의 (가격) 폭등을 막겠다는 것은 사실상 어설픈 정책”이라며 “부동산 폭등을 막을 수 있는 핵심적이고 근본적 대책은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 가격으로 공급해 ‘내 집 마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