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통해 치유를 알다...사회복지 전공생 청년 박선숙
가정폭력 벗어나 자기 자신 찾기 위한 여정 시작해
탈가정 청년 문제 해결 앞장서…연설·자문 잇단 성과도
미래는 ‘스스로를 돌보는 어른’…미혼 女 쉼터 만들 것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불확실한 미래에도 확고한 꿈을 가진 이 시대 청년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연재 코너 ‘이달의 청년’의 스물세 번째 인물, 청년 박선숙의 얘기를 들어봤다.

청년 박선숙은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 품게 되는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체득해 온 인물이다. 폭풍 같은 삶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켜 온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가정폭력의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삶을 외면하지 않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릴 만큼 강인했다. 

탈가정 이후 그는 비슷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을 돕기 위해 정책 제안에 참여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여정에 뛰어들었다. 최근 그가 가장 골몰하는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이다. 평생을 다해 고민해야 할 질문이 그의 삶에도 비로소 싹트고 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갈 곳 없는 미혼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꿈과 함께, 청년 박선숙은 이미 넓은 마음으로 우리 사회를 포옹하고 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해달라.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4년째 전공하고 있는 서울 시민 박선숙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소개하자면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뿌듯하다고 여기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주변 지인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해 주는데 지인들과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다가 좋고 유용한 정보들이 있으면 도움이 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를 하는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한다. 주변에서 고민상담을 하면 그냥 들어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 사람에게 현재 필요한건 뭘까?’라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고 알려주곤 한다.

사람들을 돕는 데서 뿌듯함을 느끼는 성격이어서 사회복지 전공을 살려서 구청에서 사례관리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을 스스로 폭력으로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함으로써 마음의 무게와 소외감이 완화되는 경험도 했다. 심리상담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이후에 여러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11월 이달의청년 박선숙이 AI를 활용한 가정폭력 신고 아이디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br>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11월 이달의청년 박선숙이 AI를 활용한 가정폭력 신고 아이디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Q.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본다면.

끊이지 않는 고난의 연속 속에서 살아 왔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27살까지 가정폭력을 겪으면서 자랐다. 어렸을 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원래 여자는 태어나면 죽을때까지 남자한테 맞고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우리 가족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맞고 산다는걸 알고는 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16살에 아버지가 술 마시고 저녁부터 새벽 내내 어머니를 구타하는걸 보고는 꼭 10년 뒤에는 어머니랑 여동생 두 명을 데리고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고 27살에 그렇게 아버지를 피해서 식구들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2년전쯤에 가정폭력의 대물림으로 인해 경찰을 불러야 할 정도로 동생과 심하게 다투고 더 이상은 같이 살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탈가정 청년이 됐다. 고시원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는 어느 정도 가족들과의 관계가 회복됐다. 그래도 지금까지 나쁜 길로는 가지 않았고 힘든 인생을 잘 버텼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은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주는 일들과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서 일을 만들고 해내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이들이 좋아서 한 일인 줄 알았다. 최근에서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행동들을 하게 됐고, 너무 오래된 나머지 아예 습관화돼 불필요한 감정 에너지가 지나치게 소모 된다는 것을 심리상담을 통해 알게 됐다. 지금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이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저 자신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br>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최우수상을 수상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Q. 삶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탈가정 청년이 되고 난 이후에 비슷한 상황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에 참여했던 기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인스타그램에서 강북구 청년정책 네트워크에서 청년정책 아카데미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지원하게 됐다. 청년정책 아카데미에서 담당자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탈가정 청년”이라는 단어의 뜻을 처음 알게 됐고 탈가정 청년에 관한 정책이 전무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청년정책 아카데미에서 주거와 심리, 일자리에 관련된 정책을 만들어 강북구에 제안을 했다.

그때 제안한 정책은 강북구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담당자님이 “국가에서 이런 어려움을 가진 청년들이 있는걸 모르기 때문에 못 도와주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얘기해 주신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후에는 그분의 권유로 282북스에 탈 가정 청년들과 함께 에세이를 내기도 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위비티’라는 공모전 사이트에서 ‘2023 지속가능정책 청년 콘테스트’에 참가해 AI가 대화내용을 듣고 가정폭력 상황인지 판단을 해서 폭력 상황일 경우에 112에 자동 신고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때 국회의원 양정숙님 명의로 우수상을 수상했고, 이후에 대회 본선진출자들의 정책 제안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피드백이 전혀 오지 않아서 실망한 적도 있다.

이후에도 ‘2024 서울청년연설대전’에 참가하기도 했는데, 대회에 출전해서 탈 가정 청년들을 법적으로 인정해 줄 것과 탈 가정 청년들이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김영호 국회의원 명의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제2회 민주여성스피치’에 참가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여성가족부가 나아가야 할 길’ 이라는 주제로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명의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선발됐는데 북한에는 가정폭력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문위원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경험들은 그간 살아오며 겪은 경험과는 너무나 다르고 생소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기회들이 삶에 찾아온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11월 이달의청년 박선숙이 AI를 활용한 가정폭력 신고 아이디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br>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에서 11월 이달의청년 박선숙이 AI를 활용한 가정폭력 신고 아이디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Q. 앞으로 이것은 꼭 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1순위는.

막연하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긴 한데, 미혼여성들을 위한 비영리 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쉼터에서 생활은 해 보지 않았지만, 쉼터를 다녀온 탈가정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쉼터는 아이들이 있는 부녀자들 위주로 운영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결혼하지 않은 미혼인 사람이 쉼터를 이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탈가정 청년들도 미혼이고 대부분은 가정불화나 가정폭력으로 탈가정을 한 경우가 많다.

집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서 생존하고자 탈가정을 결심한 것인데 막상 나가려고 보면 지금 당장 내 몸 하나 편하게 뉠 수 있고 맘 편히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방 한 칸 구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미혼 여성들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디딤돌 같은 비영리 단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지닌 부담이나 고민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다. 요즘은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들을 AI가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낀다. 직업의 흐름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래서 정해져 있는 기존의 직업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새로운 직업들이 생기려면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발견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수는 없다고 하지 않나. 청소년이나 청년들 각각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br>
11월 이달의 청년 박선숙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탈가정 청년들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Q.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자신을 잘 돌보며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진행하고 좀 더 안정된 환경과 단단한 마음을 가진, 지금보다 성숙한 어른이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지금 현실을 살아 나가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내가 지금 하는 고생이 전부 인생을 살아갈 때 잘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힘듦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긴 인생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운동을 꼭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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