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스타 2025’ 2일차 부산 벡스코 현장
엔씨·넷마블·크래프톤이 제시한 ‘확장성’ 의미
장르 다변화·플랫폼 확장·글로벌 IP로 미래 제시
“능동적으로 미리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

게임 산업의 심장이 다시 뛴다. 11월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올리는 ‘지스타(G-STAR) 2025’가 21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다. 엔씨소프트가 사상 처음 메인스폰서로 나섰고 크래프톤, 넷마블,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전시는 향후 게임 산업 흐름의 가늠좌가 될 전망이다. 총 3010개 부스 규모로 펼쳐지는 격전지에서 한국 게임의 현재와 미래가 교차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새로 쓸 출발점, ‘투데이신문’이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 <편집자주>

14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현장에 관람객들이 입장 전 대기 줄을 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14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현장에 관람객들이 입장 전 대기 줄을 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수능이 끝난 다음 날인 14일 아침, 부산 벡스코가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5’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수험표를 손에 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부터 금요일을 맞아 연차를 낸 직장인까지, 게임을 사랑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줄어든 규모에도 여전한 열기

개장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 입장 대기줄은 이미 수백 미터를 넘어섰다. 대전에서 온 A씨는 “작년 대기줄이 올해보다 1.5배쯤 더 길었던 것 같다. 참가사와 부스 규모가 줄어든 게 체감된다”면서도 “신작을 누구보다 먼저 접해보고 싶어 코로나 이후 해마다 찾아온다”고 변함없는 팬심을 표현했다.

입장 직전, 진행요원의 “팔찌 들어주세요” 외침이 웅성거림을 갈랐다. 입장권 역할을 하는 팔찌 확인 절차다. 관람객들은 손목을 높이 들고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개장을 기다렸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엔씨소프트 부스에 관람객들이 입장 대기 중에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엔씨소프트 부스에 관람객들이 입장 대기 중에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기시간 4시간, 체험시간 30분의 가치

전시장 안은 시작부터 북새통이었다. 중앙에는 넷마블과 웹젠의 대형 부스가, 오른편에는 메인 스폰서 엔씨소프트 부스가 자리했다. 신작 ‘아이온2’와 ‘신더시티’를 앞세운 엔씨 부스는 시연 대기만 4시간이 넘었다. 특히 ‘아이온2’는 이번 지스타 단일 게임 최대 규모인 100석 시연 부스를 마련했다.

‘아이온2’ 시연을 마치고 나온 관람객 B씨는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정식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엔씨는 리니지 이미지가 강해 다른 게임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게 사실인데, 이번 게임을 체험해 보니 준비를 많이 한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식 출시되면 바로 해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넷마블 부스에 관람객들이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넷마블 부스에 관람객들이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팰월드’부터 ‘나혼렙’까지, 다양성의 향연

전시장 왼편에 위치한 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 부스 역시 3시간 이상 대기는 기본이었다. 하지만 대기 중에도 관람객들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기다림을 견뎌냈다. 대형 스크린엔 실시간 게임 영상이 흘렀고, 일부 팬들은 포토존에서 셀카를 찍거나 코스프레 플레이어와 기념사진을 남겼다.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 시연 존도 인기였다. 인플루언서 생방송과 퍼포먼스, 게임 캐릭터 복장의 코스프레 팀이 등장하자 현장은 박수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반면 헤드셋을 쓰고 게임에 빠진 이용자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마치 별도의 세계로 이동한 듯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야외 광장에 코스프레 플레이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야외 광장에 코스프레 플레이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야외로 확장된 체험

벡스코 야외로 나가면 또 다른 체험이 기다렸다. 넷마블 신작 ‘SOL: enchant’는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콘텐츠 체험으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마친 뒤엔 경품 이벤트도 있었다. 24K 황금 코인부터 최신 그래픽 카드까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보상이 눈길을 끌었다.

엔씨 야외부스는 핀볼 게임과 포토존으로 구성됐다.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와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같은 신작 홍보와 함께 포토 프레임 이벤트로 분위기를 띄웠다.

안팎을 누비는 코스프레 플레이어들도 지스타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게임 캐릭터는 물론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까지 등장하며 관람객과 소통했다. 사진 촬영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 부스에 관람객들이 대기 줄을 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 부스에 관람객들이 대기 줄을 서고 있다. ⓒ투데이신문

장르·플랫폼·IP…게임사별 확장 전략

올해 지스타는 국내 게임사 참가 규모가 줄어든 대신 해외 유명 게임사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확장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확장’은 물리적 크기만이 아니었다.

‘지스타 2025’는 단순한 게임 전시를 넘어 체험 중심의 방향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각 게임사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확장의 미래를 제시했다. 엔씨는 장르 다변화로, 넷마블은 플랫폼의 수평 확장으로, 크래프톤은 글로벌 신규 IP로 답했다.

‘Expand Your Horizons(당신의 지평선을 넓혀라)’. 올해 슬로건은 지스타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이 문구는 전시장 곳곳의 현수막과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게임사들의 기획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야외 광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투데이신문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 야외 광장이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투데이신문

게임 팬들의 열정이 만든 축제

게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게임 속 주인공이 되어 경험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현장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닌 개발사와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교감하는 장으로 재편되고 있었다.

행사장 한복판에서 만난 C씨는 지스타의 의의를 묻는 질문에 “게임 출시까지 기다렸다 하는 게 아니라 미리 경험해보고 내 취향에 맞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회”라며 “게임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설명했다.

각 게임사의 부스 디자인도 ‘확장’이란 키워드를 형상화했다. 개방형 구조, 몰입형 콘텐츠, 인터랙티브 디지털 체험으로 도전에 나섰다. 게임은 더 이상 모니터 안 세계에 머물지 않았다. 오감으로 체험하는 현실 그 자체가 되고 있었다.

올해 지스타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게임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이었다. 그 중심엔 여전히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열정을 담아낸 현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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