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지음│141×211│2만원│도서출판 뉴스타파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여행은 교육과 마찬가지로 나를 변화시키는 배움의 과정이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는 자기 발견의 기회다. (...) 여행길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체득하고 귀가할 때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갖고 올 수 있다. 집에 있는 똘똘이보다 싸돌아다니는 멍청이가 낫다고 하지 않던가.”
세계 곳곳을 걸으며 삶의 지혜와 인문적 통찰을 길어 올린 인문 탐사 에세이 <지도 너머 이야기를 걷다>가 출간됐다.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세계와 인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사유의 여정이 펼쳐진다.
김동현 저자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면서 읽는 책’이라는 신념으로 수십 년간 세계를 답사해 왔다. 언론 현장에서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쌓아온 그는 인문학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장소가 품은 이야기와 문명적 맥락을 탐구하는 여행자로 살아왔다. 평범한 풍경도 인문적 렌즈를 들이대면 다시 찾고 싶은 명소로 재발견된다는 그의 믿음이 이번 신간 곳곳에 담겨 있다.
1969년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저자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변곡점을 지켜보며 철탑산업훈장, 중앙언론문화상, 보이스카우트 훈장 등을 수훈했다. 현재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부위원장과 뉴스타파함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1세기 신유목시대를 가다(2006)>, <천일의 수도, 부산(2022)> 등 여러 저작을 통해 사회와 인간,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목차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장은 아메리카의 도시들을 통해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속도와 다양성을 조명하고 2장은 유럽의 고전 문명과 역사 자취 속에서 인간의 지적 전통을 짚어낸다. 마지막으로 3장은 아시아의 신화·종교·문화가 뒤엉킨 현장을 따라 깊은 인문 탐색을 이어간다. 각 장은 지역을 나누었을 뿐 실제로는 ‘걷기’라는 공통 경험이 시간과 공간, 문명을 연결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책은 로스앤젤레스의 눈부신 햇살에서 시작해 시애틀의 커피 향, 뉴올리언스의 재즈, 뉴욕의 숨가쁜 리듬을 지나 유럽의 역사 현장으로 이어진다. 안개가 뒤덮은 런던과 고대 문명의 흔적을 품은 로마, 물의 도시 베네치아, 괴테가 사랑한 시칠리아를 거치며 세계의 도시들은 저자에게 ‘시간이 머무는 거대한 책’이 된다.
이후 아시아로 건너가면 신화와 종교가 교차하는 튀르키예, 페르시아의 자취가 살아숨쉬는 이란, 천축국 인도, 근현대사의 비극을 품은 중경, 그리고 시코쿠와 싱가포르, 시드니로 이어지는 또 다른 문명 탐사가 펼쳐진다. 탐사 여정 속에서 서적은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여행의 진수’를 조용히 일깨운다.
이렇듯 <지도 너머 이야기를 걷다>는 화려한 관광 정보 대신 도시와 장소가 품고 있는 ‘보이지 않는 층위’를 읽어내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여정이 지니는 신념에 대해 “세상을 향한 호기심의 갈증은 물이 아니라 두 발로 해소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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