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각자대표 선임·이사회 직속 위원회…거버넌스 혁신
3년 새 사망만인율 4.45%p·고위험 재해율 9.9%p 개선
건설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환기를 맞았다. 낡은 관행을 털어내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핵심은 안전과 신뢰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예방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정부도 고강도 정책을 내놨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산재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한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넘어 간판까지 내릴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생존이 달린 문제로, 자구책과 함께 미래를 그려갈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체계적인 안전보건경영 시스템 구축과 디지털 기술 접목이 맞물리면서, 산업재해율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15일 HDC현산에 따르면, 사망만인율은 2022년 4.98%에서 2023년 0.65%로 떨어졌다. 지난해엔 0.53%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고위험 재해 비율도 12.0%(2022년)에서 3.0%(2023년), 이후 2.1%(2024년)로 개선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028년까지 고위험 재해 비율을 3%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최종적으론 사고성 중대재해 제로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수치로 보면 안전 경영 목표를 지난해 조기 달성한 셈이다.
이 같은 성과 배경에는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HDC현산은 2023년 주택본부장이던 조태제 부사장을 최고안전책임자(CSO) 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는 안전보건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조 CSO는 “건설현장은 다양한 위험요인이 상존하는 환경이며 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기업 신뢰도와 사회적 책무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HDC현산은 안전보건경영을 단순한 법적 준수 차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과 신뢰받는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이사회 산하에 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해 감독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조 CSO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바탕으로 분기별로 현장 안전점검 결과와 인력 운영 현황을 보고받아 전략적 관리를 수행한다.
지난해 4회 개최된 이사회 안전보건위원회는 안전·보건·품질과 관련된 주요 안건을 정기적으로 심의했다. 특히 중대재해는 즉시 이사회에, 고위험 재해는 수시로 경영진에, 일반 재해는 분기별로 안전보건위원회에 보고하는 다층적 보고 체계를 구축했다.
HDC현산 정경구 대표이사는 “안전은 현장 직원들의 헌신과 끊임없는 관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의 안전관리 성과는 현장 곳곳에 스며든 디지털 기술에서 비롯됐다.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건설현장에 이동식 CCTV 96대, 웨어러블 에어백 145대, 무선방송장치 61대, 교육용 VR 79대 등 총 382대의 스마트 안전장비를 배치했다.
특히 건설기계에는 360도 어라운드 뷰(Around view), AI 영상인식 카메라 등 스마트 안전장치를 적용해 2024년 기준 현장 적용률을 85.3%까지 높였다. 이는 전년 70.5% 대비 14.8%p 상승한 수치다.
HDC현산은 통합 안전보건 플랫폼 ‘I-SAFETY 2.0’을 통해 위험성 평가, 사전점검 허가서, 부적합 보고서 등의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수시 위험성 평가를 통해 총 8만5327건의 고위험 작업을 식별하고, 이 중 8만3100건을 점검해 97.4%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매월 4일을 ‘안전점검의 날’로 지정해 정 대표이사와 조 CSO 등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찾는 점도 현장과 경영진 간의 접촉면을 넓혔다는 평가다. 2024년 한 해 동안 29회에 걸친 발걸음이 이어졌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 10월 포항-영덕 고속도로 현장을 찾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인 만큼 안전 관리에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며 “안전 점검을 비롯한 선제적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자가 직접 참여하는 안전관리 시스템도 뿌리내렸다. 전 현장에서 운영 중인 근로자 작업중지권 제도를 통해 2024년 총 1149건의 작업중지 신고가 접수됐고 모두 조치를 마쳤다. 또한 격월로 안전보건 소위원회를 열어 근로자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2024년에는 소위원회 319회, 노사협의체 329회를 개최해 총 766건의 근로자 고충 의견에 빠짐없이 대응했다.
협력사 안전관리도 체계화했다. 2024년 기준 외주 425개사, 자재 306개사 등 총 731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연 2회 안전평가를 실시했으며, 신규 신청사 중 28%(158개사)는 기준 미달로 등록을 제한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임직원과 협력사와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안전문화를 조직 전반에 정착시키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과 현장 중심의 자율안전 문화를 결합해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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