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법정정년을 65세로 단계적 상향하는 방안을 두고 노동계·경영계와의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정년 연장 자체에 반대하고 노동계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이 노동계 의견을 중심으로 한 대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노동자의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안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년연장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같은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정년 연장 논의는 경영계의 강한 반발로 상황이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당초 목표였던 ‘연내 입법’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정부·여당 측이 내놓은 대안은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늘려 2041년 65세로 연장하는 안으로 파악됐다. 정년 연장 자체에 부정적인 경영계뿐 아니라 노동계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특히 노동계는 정부·여당을 향해 “결단할 때”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65세 정년연장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정년연장 논의 교착, 더불어민주당의 직무유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노동자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노사 간 이견으로 연내 입법이 어렵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지만 결국 노동계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법정 정년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노동계에 약속한 만큼 이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금체계 개편과 계속고용 방안은 후순위로 밀리고 논의의 무게가 일률적인 정년 연장으로 기울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정년 연장과 관련된 법안(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 등)은 9건이다. 구체적 조건을 빼면 65세 정년 연장안은 큰 틀에서 비슷하기 때문에 여당의 의지만 있다면 속도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찾아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정부의 국정 과제에 상당히 반영돼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경영계는 그간 정년 연장 법제화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이들은 기업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현행 60세 정년은 그대로 두고 ‘퇴직 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한 유연한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경영계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전날 진행된 국민의힘-대한상공회의소 정책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정년 연장법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20대 후반 청년 취업자 5명 중의 1명이 임시 일용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들의 눈물과 좌절이 계속 통계 속에 녹아 있는 것”이라며 “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국민의힘은 기업들이 계속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도록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풀어드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노동계·경영계의 이해를 각각 반영하며 상반된 태도를 취함에 따라 정년 연장 논의는 향후 국회에서도 첨예한 대립 구도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경영계의 표심이 민감한 만큼 각 당이 명확한 입장 차이를 부각시키며 정치적 공방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년 연장은 청년층과 중장년층, 노동계와 경영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임에 따라 합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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