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아이돌 걸그룹 멤버에 대해 소속사가 노출을 강요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에프이엔티 소속 걸그룹 파나틱스는 지난 7일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소파에 앉아 있던 멤버들의 상반신을 비추던 카메라의 앵글은 방송이 진행되면서 멤버들의 다리까지 비추는 앵글로 조정됐습니다.
멤버들이 짧은 치마를 입고 있던 탓에 누군가가 이들에게 다리를 덮을 수 있도록 담요와 겉옷을 건네줬습니다.
그러자 한 남성 관계자는 “가리면 어떻게 하냐. (다리)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왜 가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겉옷을 건네 준 사람과 남성 관계자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듯하더니 남성 관계자는 “안 보여. 바보냐”라고 말합니다.
대화의 맥락상 겉옷을 건네 준 사람은 ‘치마가 짧아 노출을 걱정해 가릴 수 있도록 옷을 줬다’는 취지로 말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에 남성 관계자가 반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화 이후 ‘짝’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이 남성 관계자가 옷을 건네준 사람을 때린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은 멤버들의 대화 내용으로 미뤄 담요와 겉옷을 건네 준 사람을 파나틱스 멤버 중 한 명으로, 남성 관계자를 에프이엔티의 대표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소속사 대표가 걸그룹 멤버들에게 노출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누리꾼들의 비판에 에프이엔티는 17일 “현장 진행 스태프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다”며 “상처를 받았을 멤버들과 팬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라이브 방송 중 발생한 스태프의 잘못된 발언이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됐음을 인정한다”면서 “관련된 책임자는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에프이엔티는 “향후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신경 쓰겠다”며 “아티스트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과문에는 멤버들에게 노출을 강요한 당사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고, 또 누리꾼들이 제기하고 있는 폭력 행사에 대한 내용도 빠져 있습니다.
또 누리꾼들은 파나틱스의 멤버 가운데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인 멤버에게 노출을 강요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미성년자인 멤버에게 이를 강요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아이돌에 대한 노출 강요는 그간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입니다.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걸그룹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추운 겨울철에도 노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여성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노출이 있는 옷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요에 의해 선택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1세대 아이돌 그룹 신화의 김동완씨는 지난 2018년 12월 자신의 SNS를 통해 연예인의 성상품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동완씨는 “성상품화는 남녀를 불문하고 각종 광고, 의상, 자극적인 모든 장면을 통해 이뤄진다”며 “어떤 상품화가 문제인지 여부는 판단하기 매우 어려우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경우의 성상품화가 문제임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린 연기자들이나 신인 연기자들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나 권한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계약 관계와 갑을 관계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이 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지속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노출을 선택하는 것을 나름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략을 여성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의 강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입니다.
연예인의 활동에 있어 계약관계상 갑의 위치에 있는 소속사의 강요는 거부할 수 없는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아이돌 산업 구조가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파나틱스 노출 강요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미 시민들은 성상품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의 비판에 에프이엔티 측이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얼마나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연예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성상품화를 돌아보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