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 정책토론회
주택기업 심의 소요기간 6개월~1년 이상 ‘40%’
국토부 “지자체 건축행정 역량 강화부터” 신중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건축주들이 건물을 건축할 때 뚜렷한 기준도 없이 수많은 심의를 거치느라 불필요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건축 심의제도를 개혁해 통합심의를 활성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조응천·김교흥 의원이 주최한 건축·주택 심의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정책토론회가 1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기존 건축 심의제도의 중복 규제와 과도한 요구로 주택공급과 사업성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 자리에서 건축사협회 박성준 이사는 “건축 심의에 과도한 기간이 걸리고 객관화되지 않은 기준으로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다”라며 “심의 절차 및 기준을 명문화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이사는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면서 심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를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은 소모적이다”라면서 “절차와 내용에 따라 부분적인 통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황은경 건축연구본부장은 “건축 심의는 각종 위원회의 중복 심의와 불합리한 내용으로 인해 상당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심의위원들의 주관적인 의견으로 당초 설계의도가 훼손되고 소요시간도 늘어나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본부장은 “재량행위가 필요한 경우에만 건축위원회에서 심의를 받고 재량행위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법령에 적법한지 여부만 가리도록 건축법 시행령에 명확히 심의 대상을 정리해야 한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건축법상 건축위원회의 건축 심의에 해당하는 조항은 23개이며 타 법령에서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규정한 사항도 15개 법령, 29건에 달한다. 국토교통부를 포함해 8개 정부부처가 건축관련 심의 17개를 운영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건축물 하나 짓는데 20~40여개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법에 따라 주택건설은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통합심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심의를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실적은 극히 저조하다”면서 “통합심의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주택법상 통합심의를 의무화하고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심의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5일부터 4일까지 주택기업 74곳을 조사한 결과, 심의종류가 많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94%(과도하게 많다 46.4%, 많다 47.8%)를 차지했다. 또, 주택사업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으로는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된 사례가 31.5%, 1년 이상 소요된 사례도 7.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김교흥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이 심사 중에 있다. 이 개정안에는 주택건설 통합심의를 의무하해 인허가 기간을 상당히 단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회 국토위 민주당 간사이기도 한 조응천 의원은 “건물 하나 짓는데 수십여개의 심의를 거치면서 유사한 내용의 심의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중북되고 불합리한 절차는 손질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건축심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석준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건축 심의는 더 복잡해졌지만 실제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통합심의를 하면 해결될 수 있다”면서 “불합리한 규제 제도는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국토부는 심의절차 간소화 보다 건축 행정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국토부 이진철 건축정책과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건축행정 역량이 강화되고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라며 “심의를 간소하게 통합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사회적 갈등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건축행정 역량을 어떻게 탄탄하게 끌고 갈 것인가도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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