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의 발자취 ‘청와대’ 를 가다

지난 10일부터 전면 개방 돌입…일일 약 4만명 방문
줄타기·전통 공연 등 행사 풍성…관람객 휴게시설은 미흡
인근 상권 ‘기지개’…쓰레기·소음 인한 주민 불편 우려도

청와대 본관. ⓒ투데이신문
청와대 본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활기를 잃었던 서울 삼청동 일대가 다시 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외출하는 시민들이 늘었을뿐더러 지난 10일부터 전면 개방된 청와대를 보기 위해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청와대 건물을 집무실로 사용한 지 74년 만에 전면 개방이 이뤄졌다. 이번 개방행사 이전에도 청와대 방문이 완전히 불가능했던 것 아니었지만, 대대적으로 시민들에게 청와대를 열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권력 상징 장소에서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른 청와대를 지난 20일 직접 가봤다.

청와대 영빈관. ⓒ투데이신문
청와대 영빈관. ⓒ투데이신문

“‘인증샷’ 남기자” 아침부터 시끌벅적

청와대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민들을 향해 문을 활짝 열어뒀다. 오전 8시 30분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인파들이 청와대로 향했다. 경복궁역 등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교통약자를 위한 청와대행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었다.

청와대 출입구는 정문, 영빈문, 춘추문 총 3곳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방문객 혼잡도를 해소하기 위해 출입구를 나눴다. 이날 영빈문으로 들어서자, 바로 영빈관이 눈에 들어왔다. 영빈관은 외국 국빈들을 맞이 위한 공식행사나 연회가 열리던 곳이다. 흰색 외벽의 특징인 영빈관은 100명 이상의 대규모 회의를 진행하던 공간인 만큼 웅장한 느낌을 자아냈다.

영빈관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넓은 잔디밭인 대정원이 보이고 그 위에는 위엄한 자태의 본관이 자리했다. 청와대의 상징과도 같은 본관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가 북새통을 이뤘다. 너도나도 사진에 청와대의 대표 건물을 담아내기 위해 사람들은 본관 주위를 둘러쌌다. 본관 앞 드넓은 대정원에서는 방문날 기준 이틀 뒤 진행 예정이었던 KBS ‘열린음악회’ 무대 설치도 한참 진행 중이었다. 본관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을 위한 공간으로 지난 1991년 전통 궁궐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지어진 곳이다. 다만 본관에 상주하던 경호인력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외빈 접견 등 목적으로만 본관을 사용하고 평소에는 참모들이 일하는 여민관에 집무실을 따로 마련해 업무를 봤다고 한다.  

청와대 관저 앞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투데이신문
청와대 관저 앞에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투데이신문

소정원을 지나 도착한 관저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한옥의 아름다움으로 꾸며진 공간 속 관저 앞에 나란히 놓인 의자 두 개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방문객들은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앉았을 거다”며 너도나도 사진으로 담아냈다. 관저에서 나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지난 2018년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미남불)과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오운정(五雲亭)을 만나볼 수 있다. 오운정에서 뒤를 돌면 우거진 나무 틈 사이로 청와대 관저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인상적이다. 다시 반대로 산책로를 통해 밑으로 내려오면 청와대 경내 문화유산인 침류각도 구경 가능하다. 침류각의 크기는 다소 작지만 전통가옥의 미(美)를 느끼기엔 충분하다. 

침류각을 지나면 푸른 청와대 녹지원과 어우러진 상춘재가 등장한다. 녹지원은 경내 최고의 녹지 공간이며, 상춘재는 외국 귀빈들을 맞이하는 의전 행사나 비공식 회의 장소로 사용된 한옥 건물이다. 지난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회동한 곳으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춘추관은 넓은 청와대 헬기장 앞에 위치했다.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 장소와 출입기자들의 사무실로 사용된 건물로, 일명 ‘청와대 프레스 센터’다. 춘추관은 엄정하게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를 지닌 만큼, 사뭇 비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청와대 춘추관 앞 헬기장에서 줄타기 공연이 전개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청와대 춘추관 앞 헬기장에서 줄타기 공연이 전개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시민 위한 공연 풍성…친절함은 ‘글쎄’

청와대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줄타기, 무사 의식 재현, 전통음악, 풍물놀이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방문객들은 안내지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확인한 뒤 이동해 신명 나는 행사를 즐겼다.

이날 춘추관 앞 헬기장에서는 ‘날아라, 줄광대!’라는 전통 줄타기 공연이 전개됐다. 드넓은 잔디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높게 설치한 줄 하나에 올라 선 명인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자 사람들은 크게 환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내리쬐는 햇빛에도 행사장에 마련된 수십 개의 대형 빈백 소파는 만석 상태였다.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운이 좋게도 몇 없는 작은 간이 텐트 아래 자리 잡은 방문객들은 시원한 그늘에서 휴식과 공연을 함께 즐겼다. 텐트에 앉아서 보니, 산과 어우러진 잔디밭이 탁 트인 느낌을 줬다. 마치 캠핑장을 연상케했다. 

청와대 춘추관 앞 헬기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청와대 춘추관 앞 헬기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전면 개방이 빠른 시일 내 전개됐다 보니, 휴게 공간은 간이로 설치해놓은 몇몇 부스가 전부였다. 부스도 크기가 작아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코스 중간중간 벤치가 있었지만 일일 방문객 4만여 명가량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방문객들은 청와대 곳곳에 있는 바위, 계단 등에 앉아 숨을 돌렸다.

또한 안내 표지판이 부족해 건물의 이름, 기능, 경로 등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이에 코스에 일정 간격을 두고 서 있는 안내자에게 건물과 경로 등을 물어보는 시민들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은 길이는 짧지만 계단 폭이 작고 가팔라 이동이 순탄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오르고 내려갈 때마다 서로 길을 양보하며 청와대 구경을 이어갔다. 계속해서 걷다 보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광화문, 남산서울타워 등을 품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보이게 되는데, 이는 등산의 고됨도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청와대 내 정원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투데이신문<br>
청와대 내 정원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투데이신문

인근 상인들 ‘활짝’…시민 불편 우려도

청와대 방문객은 1회 차(2시간)마다 6500여 명 이상, 하루로 보면 3만9000여 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서울 종로구 효자동·통인동·삼청동 등 청와대 인근 식당과 카페에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명한 한 수제비 전문 음식점 앞에서 시민들은 긴 대기줄을 서기도 했다. 주변 한복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관광객들도 다수 보였다.

청와대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정(26)씨는 “이동하면서 볼 때마다 조용한 동네였는데 요즘 부쩍 사람이 많아졌다”며 “날이 좋아 주변에서 밥을 먹고 카페를 갈 예정이며 이번 기회에 서울 시내를 돌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시민이 몰려든 관광객을 반기는 것은 아니었다. 청와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늘어난 인파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차장 등 일부 공간에 쓰레기, 담배꽁초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또한 청와대에서 여러 공연 등이 전개되다 보니 소음 피해도 상당했다. 실제 청와대 인근 삼청동 거리에서는 꽹과리, 징 등 악기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청와대 인근 도로에 설치된 차 없는 거리 안내 현수막.&nbsp;ⓒ투데이신문
청와대 인근 도로에 설치된 차 없는 거리 안내 현수막. ⓒ투데이신문

더불어 다가오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청와대 영빈문부터 춘추문까지 약 500m 구간과 인왕산로 1.5km 구간이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방문객 폭증으로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한 조치인데, 이로 인해 청와대 인근 거주자와 기존 도로 이용자들은 우회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다. 

청와대 개방으로 인해 거주 주민들의 피해는 없는지 정부가 함께 소통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내부 공개 시작…상시 개방 이뤄질까

최근 문화재청은 대통령실 관리 비서관실과 함께 청와대 개방 2주 차인 지난 23일부터 영빈관과 춘추관 내부를 추가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달 10~22일 운영한 ‘청와대, 국민 품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500만여명이 관람을 신청하고 이중 37만7888명이 관람하는 등 시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지자 내놓은 후속 조치다.

우선 영빈관, 춘추관 두 곳에서만 내부 개방이 이뤄졌다. 영빈관 1층 홀에서는 영빈관의 역사가 소개된 전시 패널들을 관람할 수 있다. 춘추관 1층에는 대변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됐으며, 2층에서는 정부 정책을 발표하던 브리핑실을 구경할 수 있다. 이어 26일부터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의 내부도 관람할 수 있다. 새롭게 공개되는 구역은 본관 1층 영부인이 외빈 접견과 집무실로 사용한 무궁화실, 다과 행사 등이 진행된 인왕실, 2층 대통령 집무실과 외빈 접견실, 동측 별채인 충무실 등이다.

청와대 춘추관. ⓒ투데이신문
청와대 춘추관. ⓒ투데이신문

아울러 대통령실은 다음 달 11일 이후 청와대를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청와대 관람은 네이버,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청한 뒤 당첨된 사람들만 관람하도록 돼있다. 만일 상시 개방이 이뤄진다면 경복궁을 관람하듯이 누구나 편하게 와서 청와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 개방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역점 사업이다. 청와대 1단계 개방은 지난 22일까지였으며, 2단계 개방은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청와대가 아닌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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