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LH, 대표 부동산 공기업으로 본연의 업무 집중하도록”
강도 높은 개혁 강조하며 연내 근본적인 개선안 마련 방침
“내부정보 유용 방지가 핵심”, “사업 틀부터 바꿔야” 의견 분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3월 15일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LH 투기 사건 1년, 무엇이 바뀌었나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3월 15일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LH 투기 사건 1년, 무엇이 바뀌었나 좌담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토교통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안을 밝힌 지 1년여 만에 사업분리 등의 조직 개편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지난해 3월, LH 직원들이 부동산 투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며 촉발된 혁신논의가 도로 원점에서 시작해야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3일 LH 혁신방안 발표 1년을 맞아 LH혁신점검 TF 회의를 열고 그동안의 추진 상황 점검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LH가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하도록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6월 LH 조직 재설계 방안으로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방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을 수평분리하는 안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개발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공론화 과정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LH 조직 개편방안을 확정하기로 했으나 1년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LH의 혁신 방향과 관련해 “조직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주택공급, 주거복지 향상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며 대표 부동산 공기업으로서 건설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무는 국정과제인 주택 250만호 공급 등에 LH의 역할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체나 분사 등의 방안은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토부는 이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 “조직·기능·인력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토부 이원재 제1차관은 “LH 혁신방안은 부동산 정책, 그리고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신뢰와 직접 결부돼 있다”면서 “엄중한 인식 하에 LH를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매년 LH 임직원의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고 투기·갑질 등 비위행위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핵심 기능 외 신규 출연 및 출자사업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기존 출자회사는 청산·지분매각 등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2급 이상 임직원 인건비는 내년까지 동결하기로 했으며 과도한 복리후생비 지원 축소 등도 계속 추진해 방만경영 해소에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혁신과제인 직무중심의 보수 체계 개편, 내부 성과평가 체계 개편에 대한 조속한 이행을 주문했으며 LH 경영진의 의지와 책임을 상기시키며 독려의 강도를 높였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 LH 인사·노무·재무 등 경영 여건 및 해외사례 등을 전문용역을 통해 면밀히 분석 진단해 근본적인 개선안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LH 혁신방안의 방향을 두고 엇갈리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등을 억제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의견부터 사업틀을 바꾸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LH는 개발사업 등에서 나온 수익을 통해 공공임대 등의 주거복지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래서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라며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문제에서 비롯됐기에 내부정보의 사적유용을 방지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부에서 어떻게 정보를 통제하고 불법행위에 강력한 패널티를 매길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라며 “앞으로의 혁신방안은 국토부가 미리 안을 만들어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외부의견을 반영해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정책국장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혁신의 핵심은 LH의 공공성을 강화하는데 있다. 그러려면 LH의 사업 틀을 바꿔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정책국장은 “LH의 기본적인 사업 방식은 토지를 강제수용한 뒤 용도변경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정책국장은 “LH는 분양원가 공개도 하지 않고 사업수익도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자발적으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후분양도 하지 않나”라며 “LH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사업방식에서 투기적인 요소를 빼도록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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