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
민변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팀·희생자 34명의 유가족 모여
“예견된 참사…정부, 진정한 사과는 물론 철저하게 책임져야”
피해자 명단 선별적 공개해야…추모 시설 설치 등 6가지 요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정부에게 진정한 사과와 성역 없는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22일 오전 11시 민변 대회의실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팀과 희생자 34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진행 배경에 대해 TF 윤복남 팀장은 “처음 유가족분들과 만났을 때부터 기자회견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며 “유가족들의 말씀을 듣다 보니, 정부가 희생자들의 장례를 다 치렀고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두고 참사의 모든 것이 다 마무리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분하고 원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한테 알리지 않고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 유가족들과 협의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마련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 팀장은 현재 정부가 유가족들에게 지원하는 피해 보상금 문제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윤 팀장은 “정부에서 금적전으로 큰 돈을 보상한다 해도, 유가족분들의 자녀들은 살아오지 않는다”며 “정부는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철저하게 진상 및 책임을 규명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유가족들이 해당 단체로 서서히 모이고 있는 단계이며 이후에도 뜻이 맞는 인원이 있다면 언제든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희생자 고(故) 송은지씨의 아버지는 “이번 ‘이태원 참사’는 위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 살인”이라며 “참사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 34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를 해야 한다’, ‘숨이 막혀 숨 쉬기가 어렵다’라는 등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112 신고가 여러 차례 빗발쳤지만 경찰들은 특이사항 없음으로 상황 종료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맞는 것이 아니냐”며 “10월 29일 저녁 10시 15분 이태원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고 언급한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을 비롯한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용산 경찰서장 등 유관 기관장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했다.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배우인 아들은 올 12월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매일같이 제대로 먹지도 않고 운동하며 작품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며 “10월 29일도 아들은 제대로 밥도 먹지 않은 채 집 밖을 나섰는데, 바로 그날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 입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며 제 뼈에 붙은 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현재 저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빠는 장례식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고 지한이의 누나는 자기가 대신 죽었어야 한다며 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참사가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인재이며 부주의에 의한 살인 사건임에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정부의 상하 체계는 모래성 같아 사건이 생기면 모두 무너지게 돼있었고, 그 안에는 지능인들로 구성된 줄 알았지만 탁상공론하는 지식인들이었다”며 “더이상 청년들이 어처구니 없이 생매장 당하지 않도록 형사적으로 엄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유가족 측은 “정부는 이번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뒤 책임있는 후속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이에 더해 모든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더불어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2차 가해를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정부에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하며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 및 추모를 위한 시설 마련 등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책의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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