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얼마 전, 서울대학에서 한국고대사학회와 중국고중세사학회 주체로 열린 연합학술회의에 참석했었다. 주제는 동아시아의 고대율령. 주제와 함께 다른 시대, 다른 분야 학회가 연합해서 학술회의를 치르는 상황을 보면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에는 이른바 ‘학제 간 연구’라는 것이 강조된다.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 별 것 아니다.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더 나은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 정도로 알면 별 문제 없을 개념이니까.이렇게 개념 자체는 별 것 아니지만, 그럼에도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최근 필자는 최소한 몇 조의 예산에 더하여, 수만 명의 인생이 좌우될 문제에 관련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각오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바가 있다. 이권이 걸린 문제가 늘 그렇듯이,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 내세우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물론 여기까지야 아는 사람 다 아는 불편한 진실일 뿐이다.사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제부터다. 인간이 이럴 수 있는 동물이라는 점이야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적이 있어왔으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왔다. 주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파렴치한 짓을 하는 풍조에 대한 한탄에서부터 시작하다 보니, 왜 이런 풍조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분석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한 친구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풍조는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이유는 간단하다. 식민통치라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이방인들이 대다수의 현지인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말이 지배일 뿐이지,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인 7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왕성인지 여부를 따져보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필자는 2009년에 이 문제로 20년 동안 연구해왔던 건축학자와 공저로 『잃어버린 백제 첫 도읍지』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곳이 한성백제왕성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 터라, 이 문제를 밝히자는 심포지엄에 흔쾌히 응했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이번 심포지엄이, 어느 쪽 주장이 제대로 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밝힐 기회가 되기는 바랐다.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소박한 바람에서만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최근 한국과 일본의 관계, 특히 이른바 ‘혐한류’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 가는 일이 많았다. 사실 대한민국의 국제관계에서 일본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으니, 이에 관해 연구하고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몇 개의 발표를 듣다 보니, 이런 발표 상당수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의구심이 생겼다.한국이건 일본이건 연구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참석한 학술회의에서 보았던 발표 상당수의 내용은 평범한 한국과 일본 국민 사이에서 서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느냐는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우연히 6월 17일자로 올라왔던 공청회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한국교회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공청회의 주제는 2015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시안에 관한 것이었다. 이날의 핵심요지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서술이 부실해서 강화되어야 한다’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차원에서 ‘한국 교회가 ,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다른 종교와 비슷한 분량으로 서술해 달라는 것’이나 ‘동아시아사의 경우 유교와 불교 등 과거의 종교문화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근대화에 기여한 개신교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국회에서, 이상일 의원이 주최한 전문가 토론회에 참가했다. 주제는 ‘우리의 무관심 영역 한국고대사, 어떻게 봐야 하나’. 중국·일본과 역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에서, 동북아역사특위에 소속되어 있는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것이라 의미가 적지 않다고 여겼다. 나름대로 연구했던 내용이 정책을 수립하는데 활용되면 보람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그런데 발제문을 받고 나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 중요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되풀이하기도 민망하다. 따라서 국회의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개인적으로 관계된 역사 강좌를 들었는데, 그 주제 중 하나가 단발령(斷髮令)이었다. 보통 이 얘기가 나오면 개화 의지나 ‘목은 잘라도 머리카락은 못 자른다’는 식의 문화적 자존심 문제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 하는 게 보통이다. 근대사를 전공했던 이날 발표자인 선배 연구자의 강의 내용 역시 이런 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그런데 필자는 ‘다시 보는 한국사’라는 개설서를 집필할 적에, 근대사에 대해 자문을 얻었던 동료에게 자세히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너무나 익숙한 것이라 여기에 대해 군소리를 붙이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다. 그만큼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평판에 결정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만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그 인물의 활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평가와도 직결되는 것이다.최근 임진왜란과 관련된 책을 쓰면서 이 점을 절감한 바 있다. 당시 전쟁의 위협을 파악하기 위해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 중 황윤길과 허성은 전쟁의 위협을 경고한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TV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가, KBS 제1TV의 ‘역사저널 그날’이라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멈춘 적이 있었다. 이날 주제가 하필 필자의 전공과 아주 가까운 ‘임나일본부’였기 때문이다. 최근 아베 정권이 임나일본부에 대한 언급해서 논란이 일었으니, KBS에서 이 내용을 다룰 적당한 프로그램으로 ‘역사저널 그날’을 선택해서 내보내는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그래서 가볍게 ‘무슨 소리가 나오려나’ 정도만 확인하려 보기 시작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결국 끝까지 보면서 분노가 일었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지난 2015년 4월 3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 포럼에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권희영 교수가 ‘좌편향 교과서 是正해야 할 정부 책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 내용은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이 6종의 교과서 저자들이 낸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명령 취소 소송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린 사실에서 출발했다.대한민국 교과서로 사용돼서는 안 될 내용을 출간한 6종 교과서 필자들의 소송은 적반하장이며, 이는 한국사학계가 이미 민중사학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증거라고 권 교수는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학사 교과서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얼마 전 있었던 학회에서 개인적으로 좀 황당한 꼴을 보게 되었다. 국사편찬위원회에 근무하고 있는 한 학예관이 화랑세기가 가짜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장면을 코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그 중에서 핵심은, 이른바 필사본 화랑세기가 있다고 주장해 왔던 ‘일본 서릉원에 당시 국편 편수관이 가서 조사해 보았지만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벌써 10년도 전에 출간된 화랑세기를 두고 진위논쟁이 벌어진 사실이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운 것이다.그러니 이런 이야기를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현실과 미래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원칙적인 이유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역사는 소수 사람의 사리사욕을 위해 경험과 교훈을 조작해 내는 일이 많다. 그리고 그렇게 조작된 경험과 교훈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굳어져 버린다.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징비록’은 이런 측면에서 참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배경이 된 임진왜란 자체가 우리 역사에서 의미심장한 사건이니,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은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최근 드라마 ‘징비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방영 전부터 전작인 정도전의 후광을 업고 기대를 모아온 터라 예상되던 일이라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그런 효과를 간파한 출판사들이 기획한 콘텐츠를 제작해 주어야 할 입장이라,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집필한 내용과 다른 장면이 나올 때, 기획자에게 정확하게 집필한 것이냐고 의심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드라마와 역사적 사실이 다른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필자의 블로그에 올릴 상황이 생겼다.그런데 최근 험악한 덧글을 단 누리꾼이 있었다.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TV 뉴스를 통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매를 맞다가,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남편을 가격해 상해를 입혔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이 자체는 평범한 부부싸움에 불과하겠지만, 이런 일이 보도된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때문이다. 보도된 바로는 담당 판사가 ‘남편이 머리채를 잡았으나, 일단 이를 뿌리쳤으니 위협에서 벗어난 것임에도 반격을 가했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에서 ‘머리채 잡은 것만 뿌리쳤으면 위협에서 벗어난 거냐,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경남 지사와 경남도 교육감이 무상급식 예산지원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는 기사가 떴다. 이 언쟁은 한번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다음에도 그 앙금이 남아 계속 되고 있다는 후속기사도 나온다. 사실 이 문제는 도(道) 하나를 관리하는 분들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는 할 것이다. 무상급식을 다 해주고도 남을 만큼 재정이 풍부하다는 곳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으니까.그런데 논란이 심해지는 현상을 보면서, 요즘 교육 문제의 관심사가 너무 이런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인 1월 16일 종합편성채널인 에서 춘천 중도 유적에 대한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사실 이보다 더 일찍 보도될 예정이었지만, 자꾸 연기되는 바람에 외압으로 방송이 무산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생기기도 했었다. 아무튼 방송이 나갔으니 오해는 풀렸겠지만, 보도 내용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다소 충격적이었다.그 내용은, 실제로는 수몰되는 위치에 있지 않은 고인돌을 두고 수몰지역에 있으니 옮겨야 한다는 문화재청 보고서와 관련된 것이었다. 지금 레고랜드 공사가 시작돼 있다는 점을 감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최근 춘천에서 발견된 이른바 ‘중도 유적지’를 두고 말이 많다. 그래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유적임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주변지역까지 포함하면, 이 지역에서는 구석기 시대에서 신라 후기까지 유적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중도는 고조선이 있던 시대와 직결되는 청동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중심이다.오랫동안 요하문명을 연구해 온 우실하 선생의 말로는, 여기서 나온 석관묘가 중국의 홍산에서 나오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만큼 상고시대 유적이 밀집된 곳도 드물다며, 중국 같으면 이유 여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지난 14일 서울 교육대학에서 한국사회과교육연구학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학연구센터 공동주최로 ‘아시아 사회과교육의 동향’이라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제목만 얼핏 보기에는 아시아 지역의 사회과교육의 동향을 파악하고 더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려는 학술대회로 보인다. 대부분의 발표주제가 대만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사회과교육 동향과 국내사회과 과목 관련 내용이었으니, 무난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의 주제가 다른 발표와는 달리 무난해 보이지 않았다.그리고 이는 최근 있었던 보도와 관련해서 특
【투데이신문 이희진 칼럼니스트】며칠 전, 뉴스에서 자신에게 강제로 키스하려던 여자의 혀를 물어뜯었던 남자에 관한 보도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자체가 참 이채로운 일이다. 성추행이라고 하면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여자가 아름답지도 않은 남자에게 성추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보일 테니 뉴스거리는 분명하다.그렇지만 여기서 다른 측면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로 사건의 처리 결과이다. 보도된 바로는 처벌은 남자 쪽이 받았다. 술에 취한 상태라고는 해도, 덩치 큰 남자가 ‘연약한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