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놓고 벌이는 ‘피의 게임’ 대진표가 곧 짜여진다. 내일(5일)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제 정당의 20대 대통령선거 최종후보는 모두 확정된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 대선은 4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제1야당 국민의힘은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중 한 명을 최종 주자로 선발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지난달 10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최종후보로 확정했다. 이틀 후인 12일엔 심상정 의원이 정의당의 얼굴로, 지난 1일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출마선언을 하며 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정권교체 욕구

이번 대선도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정권교체 요구가 거세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야당인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해야한다’는 의견은 32.2%로 ‘정권교체’보다 26%나 낮았다.

‘정권 교체’ 응답자는 지난 9월 조사보다 10.9%포인트 늘어난 반면, ‘정권 재창출’은 6.6% 하락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당시엔 ‘정권교체’가 47.3%였고, ‘정권 재창출’이 38.8%로 나타나 8.5% 차이가 났었다.(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권 교체 열망이 이처럼 높은데도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여전히 팽팽한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직 경선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 지지층이 제대로 결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이라는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마땅한 후보를 정하지 못한 지지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권 교체 여론이 분산되거나 무응답으로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또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권교체 열망이 높긴 하지만, 그 여론이 반드시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무당층 여론도 조사결과에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또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도 하나의 정권교체로 인식하는 여론 또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도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교체 느낌을 줬다”는 예를 든다.

그렇다고 역대 대선 결과가 모두 여론과 일치됐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 10월 셋째주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뉴시스
지난달 22일 한국갤럽 10월 셋째주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뉴시스

독주체제 흔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여야 모두 ‘독주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유력 후보들의 ‘불안요소’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만일, 5% 안팎에서 당락이 결정될 박빙승부 예상이 이어진다면 단일화 등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을 봐도 이번처럼 위협적으로 부상한 ‘캐스팅보터’는 없었다. 때문에 여야 모두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권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밀실야합’ 같은 구태 방식으로 단일화나 연정 등을 추진한다면 역풍이 일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타이밍과 후보 당사자가 결단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판단력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의 대통령 적합도 조사 지지율 추이를 보면 이재명 대 윤석열이나, 이재명 대 홍준표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선두 경쟁을 다투는 형국이다.

또 안철수 심상정 두 후보의 지지율도 낮게는 1% 대에서 높게는 10% 선까지 나오기 때문에 독자 완주로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엔 어느 쪽이든 안·심 두 후보와의 ‘연합’이 불가피하다. 신당 창당으로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김동연 전 부총리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사례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 후보 단일화 등의 합종연횡은 지난 1997년 15대 대선 당시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2002년 노무현·정몽준, 그리고 2012년 18대 때의 안철수·문재인 후보 간 단일화를 꼽을 수 있다.

세 번의 경우 중 DJP 연합과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야합’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성사시킨 DJP 연합은 합종연횡을 통해 이뤄낸 헌정사상 첫 정권교체 사례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실세 총리 김종필’이라는 권력 분점의 연립 정부 운영과 달리 내각제로의 개헌이 무산되면서 사실상 ‘연정’의 의미는 퇴색됐다.

또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는 당시 지지율 50%를 상회하던 이회창의 절대 우위 구도를 일거에 뒤집으며 노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아름다운 단일화’라고까지 불린 노·정 단일화는 그러나 투표일 하루 전날 밤 10시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정몽준 후보의 일방적 파기로 별칭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단일화와 지지철회 등의 롤러코스터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2.32%, 57만여 표 차이로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은 대통합에 방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열린민주당 등을 염두에 둔 ‘여권 대통합’ 방침을 밝혔다. 이 후보는 “우리가 내년 선거에도 이겨야 하고, 또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당내 갈등과 분열을 방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2017년 대선에 비해 다소 높고 견고해졌다고는 하지만, 대선 경선 직후의 ‘역(逆) 컨벤션 효과’와 ‘대장동 악재’ 등이 고착화되면서 마의 40%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대장동 문제’는 대선이 끝난 이후까지도 이 후보와 민주당에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대선은 물론, 선거 이후까지도 ‘대장동 특검’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후보가 특검을 받든 안 받든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검찰수사 결과 여부와 관계없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붙잡아둘 수 있는 공격소재로 이만한 게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결국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야 유력주자 간 양강구도가 팽팽히 유지되면 안철수 심상정 등 ‘캐스팅보터’와의 단일화, 연합·연정 등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안·심 두 후보 입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제10차 조합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 ⓒ뉴시스
지난달 31일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제10차 조합토론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시작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 ⓒ뉴시스

야당, 경쟁 아닌 동맹?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으로 다자 구도가 형성되면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일제히 안 후보를 향한 러브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며 과거 DJP 형식의 공동정부 구상안인 이른바, ‘CJP(안철수의 ‘철’자와 홍준표의 이름자 이니셜)’ 연정을 제시하며 안 후보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세력 대 세력을 연대해 공동정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안 대표를 향한 “가치동맹”을 제안했다. 홍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9월 초인가 (안 대표와) 만났을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분리돼서 대선 출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 대표도 거기에는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안 대표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줬고, 단일화에 응하고 결과에 승복해 열심히 도와준 것이 우리 당이 정권교체에 희망을 갖게 하는 데 큰 역할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점심때도 보고, 저녁(식사)도 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2년간 ‘바른미래당’에서 안 대표와 정치를 함께 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안 대표를 잘 안다”면서 “안 대표도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은 똑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내년 본선에 1~2%포인트 차이로 굉장히 박빙일 것 같다. 그런 선거에서 중간에 제3 지대의 후보를 단일화 노력도 안 하고, 그대로 두고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단일화 안 하면 4년 전 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라며 “단일화 안 할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대선 완주 의지는 확고하다. 과거와 같은 후보사퇴는 없다는 게 심 후보와 정의당 입장이다. 지난 2012년 당시 진보정의당 대선주자였던 심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심 후보는 “저의 사퇴가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3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마지막 대답이다. 자신 없는 분은 링에서 내려가야 한다. 저, 심상정으로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강조하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당과 책임 연정을 시작하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지난 6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 얘기가 오갈 때 이준석 대표가 당시 국민의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선 것을 두고 “솟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 드릴 수 없다”고 비판했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로 오세훈 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이후 양당 간 통합이 결렬되면서 안 후보의 몸은 오히려 한결 가벼워진 상태다. 안 후보 입장에선 여야 어느 쪽과도 연대가 가능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까지 안 후보가 걸어 온 정치적 행적만 봐도 이런 전망은 어렵지 않다. 진영을 넘나들며 결정적일 때마다 선거결과를 좌우한 것은 물론, ‘극중주의’를 표방하며 성공했던 제3지대 바람까지 10년이 넘는 안 후보의 정치활동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서 안 후보가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와만 단일화 하거나 연정 등의 합종연횡에 임할 것이란 논리는 그래서 힘을 받기 어렵다. 말 그대로 정치는 ‘생물’인 것이다.

곳곳서 변수

역대에 비해 이번 대선은 유독 후보리스크가 많은 선거다. 실·망언을 비롯한 대형 ‘사건’들이 부비트랩처럼 곳곳에 설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중반에 터져 나온 ‘대장동 개발 의혹’은 이명박의 ‘다스는 누구겁니까’와 닮은꼴로 인식되며 ‘BBK 특검’처럼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또 국민의힘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 관련 ‘고발사주’ 및 처·장모 검찰수사 등과 홍준표 의원의 ‘독선·막말’ 등은 남아 있는 대선 기간 동안 언제든지 대선판을 출렁이게 만들 수 있는 소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의 선택’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입장 변화, 그리고 김동연 전 부총리의 지지율 변화 등의 변수는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합종연횡에 국민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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