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nbsp;[사진제공=뉴시스]<br>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의 절반 이상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모두 인상하는 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노동계는 환영 의사를 드러내며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원회)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공론화위원회는 총 4회에 걸쳐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시민대표단 설문조사는 시민대표단 모집 직후(1차),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 직전(2차), 시민대표단 숙의토론회 직후(3차) 각각 실시됐으며, 세 차례 설문조사에 492명의 시민대표단이 참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그 결과,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과 관련해 시민대표단의 56.0%는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를, 42.6%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를 선호했다. 나머지 1.3%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다.

의무가입 상한연령·수급개시연령에 대해서 시민대표단 80.4%는 ‘의무가입 상한연령 만 64세·연금수급 개시연령 만 65세’(현행 의무가입 상한연령 만 59세·연금수급 개시연령 만 65세)로 하는 개편안에 찬성했다. 17.7%는 반대했으며, 나머지 1.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응답자 82.6%는 해소방안으로 ‘출산크레딧을 첫째 자녀까지 확대하고 자녀당 크레딧 부여 기간을 2년으로 늘린다’를, 57.8%는 ‘군복무크레딧 부여 기간을 6개월에서 전체 군복무기간으로 확대한다’를 택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시민대표단 52.3%가 ‘국민연금의 급여구조(재분배기능)와 수급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급여수준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를, 45.7%가 ‘국민연금의 급여구조(재분배기능)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며, 기초연금은 수급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차등급여로 하위소득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를 꼽았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방안에 대한 응답에서 시민대표단 68.3%는 ‘정부와 당사자가 균형있게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즉각 구성해 개선안을 논의하는 안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을 분리 운영하되, 개별 직역연금의 재정건전성을 도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동의한다’가 69.5%, ‘급여 동결에 동의한다’가 63.3%로 집계됐다.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에 대한 설문에서는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에 대한 의무를 국민연금법에 명시’하는 안(92.1%)과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거버넌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안(91.6%) 모두 찬성 응답이 90%를 웃돌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회 주요 결과와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론화위원회 숙의토론회 주요 결과와 시민대표단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종 설문조사에는 이번 연금개혁을 통해 연장하려고 하는 ‘기금고갈 시점’과 ‘퇴직급여제도 개편 방안’이 포함됐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연장 시점은 가장 길게 제시한 ‘2090년 또는 그 이후’가 24.1%로 가장 많이 선택됐고, 그 다음으로는 ‘2070년까지 연장’이 17.2%로 높았다. 퇴직급여제도 개선 방안은 시민대표단의 46.4%가 ‘퇴직금(퇴직연금) 중 일부를 별도 기금으로 적립·운용해 연금으로 받는 준공적연금으로 전환한다’는 대안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 설문조사를 비롯한 전체 공론화 결과를 종합해 빠른 시일 내에 연금특위에 보고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공론화 과정과 소통·숙의·조사 등자세한 활동기록을 포함한 백서를 제21대 국회 임기만료일이자 공론화위원회 활동 종료일인 다음 달 29일까지 작성해 공개하기로 했다.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요구되는데, 이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로 인해 공이 국회로 넘어가게 된 상황에서 노동계는 국회가 신속히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시민대표단의 다수가 결정한 방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고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자는 것이고 국민연금 급여를 높여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노후 최저생계비를 보장하자는 안”이라며 “또한 노후소득방안 뿐 아니라 재정안정도 고려한 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즉시 시민과 국민의 결정을 이행해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개혁이 단지 보험료와 급여를 개정하는 과정이 아니라 공적연금이 노후소득의 최저치를 보장하고 1000조의 기금이 가입자와 청년에게 쓰이고 국가는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지원의 책임을 다하는 좀 더 큰 개혁, 전환으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시민대표단의 선택은 적정수준의 국민연금과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단계적 보험료율 인상, 기초연금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책임 확대, 궁극적으로는 국민연금 중심의 공적연금 확대를 통한 민간연금 역할을 제한하자는 것”이라며 “또한 노인빈곤률 1위의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국민연금의 개혁방향을 제시한 것이다”고 해석했다.

이어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동안 국회에 있는 정치인들은 연금개혁과 관련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국회는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야가 이날 개혁안 결과를 두고 온도 차를 보이면서 합의안 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국민의힘은 연금 체계의 전체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보장 강화를 목적으로 한 모수개혁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