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의 작품을 알려야 할까요?” 최근 미술계는 유명 외국작가나 원로작가에 초점을 맞춰 전시, 홍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전시에서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소수의 작가들만 주목받는,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미술계의 이러한 방식에 신진작가들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신진 작가의 발굴과 지원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원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좁은 문’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예술적 재능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예술가로서 인정받기란 젊은 작가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신진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코너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고자 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김선 비평가가 작품에 대한 폭넓은 시각도 제공한다. 앞으로 온라인 갤러리 [영블러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만나보길 바란다.

# ART STORY 

春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4 x 14 (cm), 2020 <br>
春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4 x 14 (cm), 2020

안녕하세요. 저는 2차원적 형태를 구현하는 재료로 쓰이는 아크릴 물감과 조형 재료로 쓰이는 레진의 물성을 이용해 3차원의 작업을 구현하고 있는 신형록이라고 합니다.

작업 방식은 레진을 부어 굳힌 뒤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한겹 한겹 레이어를 쌓아 그리는 3D프린터의 방식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형태입니다. 작업의 소재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동양미술에서 성공을 뜻하는 물고기와 행운을 상징하는 클로버를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공이 한국화 전공이다 보니 아무래도 소재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어떤 것을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무엇보다 현재에 나의 상황을 대변해 줄 수 있고, 지금 나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소재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그런 소재를 찾는 과정이 먼저였습니다.

春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4 x 14 (cm), 2020 <br>
春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4 x 14 (cm), 2020

 

그 과정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잉어(물고기)였는데, 동양미술에서 성공과 재물을 나타내는 잉어(물고기)는 그때 당시 곧 사회에 진출하는 저의 모습과 주변 환경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인 것 같아서 그때를 계기로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 ARCHIVE 

군어유영(群魚遊泳)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각 120 x 60 (cm), 2023 <br>
군어유영(群魚遊泳)_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각 120 x 60 (cm), 2023

 

가장 최근에 작업한 ‘군어유영(群漁遊泳)’은 말 그대로 군집을 이뤄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1800년대 조선 후기 화가인 조석진의 군어유영(群漁遊泳)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근대 한국화는 종이에 먹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다면, 저는 레진과 아크릴, 이런 현대적인 재료를 가지고 재해석해 표현한 길상화(吉祥畵)라고 보시면 됩니다.

군어유영(群魚遊泳) 작품제작 과정 <br>
군어유영(群魚遊泳) 작품제작 과정

물고기를 한 마리를 작업하려면 대략 1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평면 작업과 달리 미리 스케치를 할 수 없고, 다음 그림이 들어가는 위치와 색깔을 미리 예측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물고기 외에 다른 소재로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바로 클로버입니다. 대중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많은 분이 익히 알고 있는 행복,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클로버는 사실 돌연변이입니다. 유전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세 잎 클로버의 기형 현상으로 우리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클로버 작업을 하게 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후천적 사고로 인해 걷는 데 장애가 있어 평생 목발을 짚고 다니시는 어머니와 대화 중 문득 평생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았습니다. 제가 일반적으로 생각해 오던 지극히 현실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 단어(공무원, 교사, 운동선수)가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달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_메이플,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40 x 40 x 6 (cm), 2020<br>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_메이플,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40 x 40 x 6 (cm), 2020

평생 뛰어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이 나와 적지 않은 당황도 했었고, 왜 그동안 살면서 이것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오고가는 말속에 무심코 군집을 이루고 있는 세 잎 클로버가 눈에 들어왔고, 그 안에 외로이 살아가고 있는 네 잎 클로버를 생각해 보니 딱히 그 입장에선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_메이플,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40 x 40 x 6 (cm), 2020<br>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_메이플,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40 x 40 x 6 (cm), 2020

사실 남들과 다르다고 느끼며 어머니처럼 괴로워했을 것 같았고, 남들과 다른 현실에 던져져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참할 수도 있고, 처절할 수 있는 매일을 보내며 만나는 다른 이를 늘 부럽게만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작품이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인데, 어머니처럼 남들과 다르다고 슬퍼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한 작업만 매달려 1년 정도 그린 작품입니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00 x 60 (cm), 2020<br>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 레진에 아크릴릭 물감, 100 x 60 (cm), 2020

작업 방식이 마르고 굳히고, 그리고 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보니 다른 평면 작업과 다르게 부가적으로 다듬고 보수하는 작업이 많아 새벽에도 일어나 이 과정을 지켜보며 신경을 써야 하는 시간과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작품들입니다. 위로하는 마음과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에, 작업하는 동안 즐겁게 작업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작업했던 작품입니다.

# ART STORY 

신형록 작가 [사진=본인 제공]<br>
신형록 작가 [사진=본인 제공]

저 스스로 작업을 준비하거나, 그려낼 때의 마음은 작품을 감상자가 보고 감탄하거나 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항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작업에 좋은 감정과 기운을 넣는다면 관람자가 충분히 해석하고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대중에게 행운과 행복을 그리는 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다루고 있는 레진과 아크릴이라는 두 재료가 사용 방법에 따라 입체, 조각, 평면 작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재료입니다. 공예적 재료인 레진과, 회화의 재료인 아크릴로 두 시각예술 장르를 적절히 연결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에 재료가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던 것처럼 앞으로 또 얼마큼 나아가게 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어릴 적, 클로버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며 꽃밭 사이를 종일 누볐던 것처럼 작품 속에 난 길에서 제가 찾아낸 가치들을 조화롭게 어루만져 세상에 내놓는 일들을 계속해서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ART CRITICISM   

 

신형록 작가는 레진과 아크릴을 재료로 활용해 한국화의 서사를 새롭게 재해석한 아티스트다. 신형록은 물고기와 클로버를 주제로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작업 과정과 3D프린터 방식을 적용한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신형록이 선택한 물고기와 클로버는 인간 삶의 의미있는 가치와 행복을 주는 행운을 담아내며 이로부터 고요하고 명상적인 공간의 상태로 매력적이고 산뜻한 아우라가 평온하게 다가온다.(김선 비평가)

 

신형록 작가의 작품을 보면 팝아티스트 낸시랭 작가의 ‘터부요기니(Taboo Yogini)’ 작품이 생각난다. 판넬에 캔버스를 짜고서 그 위에 아크릴 페인팅과 콜라주, 드로잉, 오브젝트,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그리고 레진 등의 믹스드미디어 평면작품이다.

서양화와 동양화에서 보면 서양화는 캔버스에 페인팅 그리고 동양화는 종이에 수묵담채화라고 볼 수 있다. 홍익대 미술대학 서양화과(회화과) 학사 석사를 졸업한 낸시랭은, 2003년부터 시작된 캔버스에 터부요기니 작업에서 레진(Resin)이라는 재료를 2018년부터 추가해서 사용해 왔는데 작품에 레이어를 주거나 마지막에 투명한 코팅의 작업 용도로 레진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신형록 작가는 동양화(한국화) 전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에 수묵담채화가 아닌 현대미술 장르의 작업으로 그 재료를 과감하게 바꿨다. 판넬에 레진을 사용하면서 레이어를 주고 아크릴물감으로 물고기와 네잎 클로버를 교차적으로 그려나갔다. 이 도전적인 선택과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대한한국 미술계는 보이는 것보다 상당히 보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신진작가들이나 아트를 시작하는 작가들이 재료에서건 작품에서건 하물며 인터뷰 등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너무 튀지 않으며, 대세를 따라가는 듯한 중도(?)를 지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신형록 작가는 동양화 전공이었음에도 매우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다. 근대 한국화는 종이에 먹을 이용해서 작업을 했다면, 작가는 레진과 아크릴, 이런 현대적인 재료를 가지고 재해석해 표현한 길상화(吉祥畵)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의 새로 시작된 작품이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해>이라고 하는데, 본인의 개인적인 사유가 내재돼 있다.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로, 본인 어머니처럼 남들과 다르다고 슬퍼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는 작가노트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아티스트는 모든 세상의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작품의 진정성이란 큰 이유나 작은 이유, 큰 철학이나 작은 철학 할 필요 없이 작가 자신이 겪은 또는 경험한 모티베이션에서 시작되고 이것을 자신의 작품에서 그대로 잘 투영시켜서 완성했을 때 나타난다.

작품에 레진과 아크릴이라는 두 재료가 사용 방법에 따라 입체, 조각, 평면 작업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공예적 재료인 레진과 회화의 재료인 아크릴로 두 시각예술 장르를 적절히 연결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신형록 작가의 장인정신에 가까운 섬세한 작업 과정도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레진을 이용한 작품은 그 무게가 매우 무겁고 또한 그 무게만큼 어떻게 생각해 보면 자신의 자유로운 사고를 붙잡을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기에, 작가가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잘 선택해 계속 잘 표출해 나가길 응원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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