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는 어디에서 우리의 작품을 알려야 할까요?” 최근 미술계는 유명 외국작가나 원로작가에 초점을 맞춰 전시, 홍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내 전시에서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소수의 작가들만 주목받는,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미술계의 이러한 방식에 신진작가들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신진 작가의 발굴과 지원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지원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으며, 그마저도 ‘좁은 문’으로 불릴 만큼 치열하다. 예술적 재능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예술가로서 인정받기란 젊은 작가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신진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소개하는 코너를 통해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에 나서고자 한다. 팝아티스트 낸시랭, 김선 비평가 등 관련 전문가들의 작품에 대한 폭넓은 시각도 제공한다. 앞으로 온라인 갤러리 [영블러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의 뜨거운 예술혼을 만나보길 바란다.

# ART STORY 

rebuild, oil on canvas, 130.3×387.8 cm, 2023&nbsp;(Under construction_건축의 순간, 서리풀 휴 갤러리, 2024)<br>
rebuild, oil on canvas, 130.3×387.8 cm, 2023 (Under construction_건축의 순간, 서리풀 휴 갤러리, 2024)

안녕하세요.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고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관계들을 건축적으로 인식하며 작업하고 있는 정양준 작가입니다.

삶은 현실로서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고 있는 것들이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들의 찰나가 혼재된 삶은 물리적 빛을 수반한 자각된 빛을 통해 경험됩니다. 보이는 것 속에 존재하는, 하지만 비가시적으로 실재하는 것들과 빛은 작업의 시작입니다. 빛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동시에 실재를 경험케 하는 통로이고 저의 작업 안에서 건축적인 이미지, 구조들과 함께 다양한 색과 공간으로 표출됩니다.

비가시적 실재는 눈에 보이는 모습 이면에 내재한 것들이 현실 위로 투영돼 경험되는 일상의 사건이며, 동시에 일상에서 만나는 공간과 장소, 사물, 그리고 관계들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경험됩니다. 근래에는 ‘변화의 공간’과 ‘경험의 장소’들에서 ‘나’ 스스로가 건축적 구조이자 그것을 이루고 있는 공간 자체라는 인식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매 순간 무너짐과 지어짐을 반복하고, 새롭게 지어지기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들은 마치 철거와 건축의 과정, 상태, 순간을 상기시키며 노출되거나 무너진 곳, 벽돌, 내부의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이뤄진 공사 중인 구조들이 곳곳에 세워져 지어져 가는 건축 현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repaired, 27×67.2 cm, oil on canvas, 2017<br>
repaired, 27×67.2 cm, oil on canvas, 2017

이러한 건축적 풍경들은 늘 저의 모습과 상황, 관계, 환경과 동일시되고 내면에 존재합니다.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것처럼, 작업의 과정도 완성된 표본이 없이 켜켜이 다양한 공간을 구축하고 이미지를 하나하나 쌓고 연결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모습으로 완성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ing like never before, oil on canvas, 130.3×162.2 cm, 2017<br>
Sing like never before, oil on canvas, 130.3×162.2 cm, 2017

# ARCHIVE 

현실의 물리적 시간과 공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실재를 보고 일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것은 저의 삶과 작업의 원동력입니다.

2017년의 개인전 <변화된 장소_Transforned place>는 이러한 새롭게 경험된 장소들을 주제로 전시했고, 그 이후, 캔버스 안의 공간을 밖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계획해 2018년 개인전<invisible sight_보이지 않는 광경들, 2018>에서 경험의 순간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실재의 조각조각들이 캔버스 화면에서 실제 전시장 공간으로 확장되는 장면들을 연출했습니다. 이는, 화면에 머물러 있던 요소들이 그림 밖의 실재가 되고, 동시에 캔버스 자체도 공간의 요소가 되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을 현실 공간으로 가시화한 시도입니다.

(왼쪽 작품)역설적 순간, oil on canvas,130.3×193.9 cm, 2016. invisible pieces, 공간에 시트지와 테이프, 가변 설치, 2018. &lt;invisible sight_보이지 않는 광경들&gt;, SeMA창고, 2018.&nbsp;<br><br>(오른쪽 작품)역설적 순간 2, oil on canvas, 130.3×193.9 cm, 2018.&nbsp;invisible pieces, 공간에 시트지와 테이프, 가변 설치, 2018.&nbsp;&lt;Invisible sight_보이지 않는 광경들&gt;, SeMA창고, 2018&nbsp;<br>
(왼쪽 작품)역설적 순간, oil on canvas,130.3×193.9 cm, 2016. invisible pieces, 공간에 시트지와 테이프, 가변 설치, 2018. <invisible sight_보이지 않는 광경들>, SeMA창고, 2018. 

(오른쪽 작품)역설적 순간 2, oil on canvas, 130.3×193.9 cm, 2018. invisible pieces, 공간에 시트지와 테이프, 가변 설치, 2018. <Invisible sight_보이지 않는 광경들>, SeMA창고, 2018 

그리고 건축적인 구조와 이미지들을 지속적으로 더 고민하면서 ‘나’라는 한 개인이 점유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에 집중하며 작업하게 되었고, 2023년 개인전 <Marvelous rebuild, 2023>을 통해 평면 작업과 함께 그림 속의 일부가 실제 공간으로 꺼내어진 오브제를 만들어 실제 현실 공간으로 확장 시켜 설치했습니다.

(왼쪽 작품)repaired corner, mixed media installation, 2023<br>(오른쪽 작품)&lt;Marverous rebuilds&gt;, 갤러리 반포대로 5, 2023<br>
(왼쪽 작품)repaired corner, mixed media installation, 2023
(오른쪽 작품)<Marverous rebuilds>, 갤러리 반포대로 5, 2023

올해 서리풀 휴(休) 갤러리에서의 <Under Construction_건축의 순간, 2024> 또한 동일한 고민의 연속으로 나 및 나와 연결된 모든 관계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을 건축적인 구조로 자각해 시스템 비계 파이프 등의 건축적 이미지를 사용해 표현했습니다.

Under construction_건축의 순간, 서리풀 휴 갤러리, 2024<br>
Under construction_건축의 순간, 서리풀 휴 갤러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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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STORY 

정양준 작가[사진=본인제공] <br>
정양준 작가[사진=본인제공]

앞으로의 작업은 나와 주변을 아우르는 잠재된, 그리고 지속적인 삶의 다양한 모든 건축의 순간들, 무의식 속 내면에 존재하는 부분들이 매 순간 다시 보수되고 지어지는 현장들을 만나고 연구하고 형상화할 것입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과 작업물들이 저에게 매 순간 삶의 동기가 되고 삶을 새롭게 대하는 고민과 방식의 기록이기도 한 것처럼, 앞으로 저의 작업을 대면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삶의 많은 순간을 새롭게 보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ART CRITICISM   

정양준 작가는 빛과 결합한 정교한 공간구성으로 기하학적인 요소들을 재배치시키고 경험으로부터의 건축적 구조를 가시적으로 구체화시키는 아티스트다. 정양준은 인간의 경험, 삶으로부터의 형태를 세련되고 도시적인 감각의 색채로 연결해 절제되면서도 지적인 시각적 언어들과의 공존시킨다. 인간과 도시의 모습은 닮은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형태와 구조의 관계성을 매개로 정양준의 공간은 평면에서 설치로 확장돼 건축적 풍경을 이룬다. 정양준의 풍경속의 단상은 내면적 사유와 실재의 존재론적 철학이 마주하면서 도시의 공간과 장소 그리고 사물 간의 깊이 있는 성찰로 경험공간이라는 건축적 의미를 실현시킨다. (김선 비평가)

정양준 작가는 주변 공간을 섬세하게 바라보고 관찰하며, 철학적인 연구를 지속하는 아티스트이다. 본인이 경험하는 일상의 공간에서 출발해 상상 속의 공간, 그리고 작가 내면의 공간까지 캔버스에 그려낸다. 작가의 그림은 주로 벽돌,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이뤄진 공사 중인 구조들의 건축 현장을 떠올리게 하지만, 공간을 투영하는 밝은 빛과 다양한 색감들로 희망적이며 판타지적인 공간을 연상하게 한다. 작가가 창조한 공간이 그려진 큰 캔버스 앞에 선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림의 일부가 되게 하기도 하고, 다른 공간으로의 여행을 상상하게 한다. 작가가 앞으로 만들어낼 또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의 초대가 기대된다. (정해연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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