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이주노동자 불법파견·산재사망사고 개선과제 토론회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 사고
희생자 18명 이주노동자…법·제도 개선 필요성↑
노동계 “인력업체·지인 통할 수밖에 없는 구조”
“불법파견 구조 없애고 감독·안전교육 강화해야”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소재 리튬 1차 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희생된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화’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사업장의 불법파견 관행과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지위가 맞물리면서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만큼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 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은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회의실에서 ‘아리셀 화재참사를 통해 본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노동과 산재사망사고 개선과제’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먼저 전국금속노동조합 김희정 성서공단지역지회장은 ‘이주노동자 불법파견 노동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 지회장은 ‘원청(아리셀)-도급(메이셀)-인력공급업체’와 같은 다단계 하도급이 일반적인 불법파견 형태라고 짚었다.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이 정해져 있고 그 외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를 통한 사업장 구직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인이나 인력파견업체를 통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형태가 만연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지회장은 “대개 3~4개의 인력공급업체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업체 경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노동법적 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청이 5인 미만인 경우도 많아 각종 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휴일수당, 연차수당 등에 대해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현실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 등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하고 노동 안전도 보호받지 못하며 늘 불안전고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는 비단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고용허가제, E7 특정활동, E8 계절근로,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조업 불법파견 노동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과제도 제시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이영수 전 지회장은 먼저 아리셀 사례를 들며 “아리셀은 불법파견을 통해 값싼 인력을 위험한 업무에 무차별 투입해 오면서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 이주화를 실행해 왔다”며 “따라서 이번 아리셀 참사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만연돼 있는 불법파견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쟁 과제로 이 전 지회장은 “앞서 불법파견 소송이 유효한 투쟁방식이었으나 현재는 원청사용자성 인정 투쟁으로 전개되고 노조법 개정투쟁으로 전환되고 있어 이를 집요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며 “원하청이주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일상화하고 열악한 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시작해 노조를 조직해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이주노동자의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개선과제도 논의됐다. 월담노조 운영위원이자 법무법인 원곡 조영신 변호사는 파견법, 외국인고용법 등 법·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변호사는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대상 업무를 축소하고 파견과 도급의 구분 기준을 강화하며 차별적 처우 금지 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사업자변경, 이동제한 완화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외국인고용법이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불법파견 등 감독이 강화돼야 하며 이주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들이 불법파견에 이어 산재사망사고에도 다수 노출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주노조 섹 알 마문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70% 정도가 30인 미안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곳은 안전 설비 및 장치 등이 부실하고 안전교육 역시 미흡하다”며 “하지만 고용허가제로 인해 위험한 사업장에서 일해도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산재사고 노출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산재보험도 예외대상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주노동자며 노동 현실을 증언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유족급여 승인 산재사고 사망자 812명 가운데 외국인 사망자는 85명(10.5%)였다. 외국인 노동자 사망률은 0.01%로 내국인 근로자(0.003%)보다 3.3배 높았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계는 정부의 행정과 감독 역량 투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활동가는 “산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과 사업주에게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주고 이를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 행정과 감독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열어준 국면에서 정부는 위험성 평가 보다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방안과 기업 감독을 위한 행정력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허가제로 오는 이주노동자 인력을 늘리면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력 입국 확대에 대응해 외국인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의 안전 인권 등의 교육, 파견법 폐지, 이주노동자 산재 별도 규율 정책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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