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2기 지도부의 면면도 친명 일색이라 더할 나위 없는 성적표라 자평할 만하겠지만, 아쉬움 역시 크다는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85%가 넘어서는 압도적 지지율, 이 대표 말 한마디에 1위를 달리던 최고위원 후보가 탈락해버린 선거결과는 뭔가 부자연스럽고 불편함마저 느끼게 한다.
‘한 바구니에 네 모든 달걀을 넣지 말라’는 영어속담이 있다.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격언 중 하나인 이 말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재명 2기 지도부에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우선, 친명 위주의 지도부가 가지는 외연 확장의 한계를 리스크로 볼 수 있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의 획득이다. 수권정당으로의 과정에서 보다 넓게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인재풀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역동적이고 창의적 아이디어는 실종되기 마련이다. ‘찐명 판별하기’식의 마이너스 정치로는 스윙보터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바늘 하나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빡빡한 강성 지지층만으로 과연 대선이라는 이벤트를 치를 수 있겠는가.
특히, 이재명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의 위험 요인이다. 이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까지 총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하급심에서 만약 유죄가 나올 경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복안이나 대안이 있는가. 2기 지도부 구성의 성과라면 ‘선명성’의 확보인데, 친명이라는 선명성이 오히려 리스크 관리에는 걸림돌이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을 위한 이재명’은 유효하겠지만,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은 본말이 전도된 객반위주(客反爲主) 상황 아니겠는가.
범 진보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나왔는데, 복권된 김경수 전 지사가 조국 대표를 제치고 김동연 지사에 이은 3위로 조사됐다고 한다.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가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주당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를 수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플러스의 정치를 보여줄 때 민주당은 건강하고 안정감 있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완성할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목도한다. 민주당이 상식과 이성에 기댄 대다수 국민들의 민심에서 너무 멀어져 괴리감마저 느끼게 되는 팬덤정치에 갇히게 된다면 정권 창출은 요원하다. ‘선명한 이재명 일극체제,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은 벗어 던져야 한다. 공세일변도의 대여 투쟁모드도 극성 지지자들에게 환영받을 수야 있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하로동선(夏爐冬扇)에 불과하다.
정치는 현실이다. 더할 나위 없는 호조건에도 낮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의 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꽃놀이패처럼 널린 각종 특검과 이슈는 민생해결의 적절한 재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여야 모두 당 대표를 결정했고,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2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다. 극단적인 정치구도 강화 전략은 이제 버려야 한다.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으로, 대다수 서민들의 삶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통을 나눠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정치를 선물해야 한다. 영수회담이건 여야 당 대표 회담이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민생을 어루만질 수 있는 통 큰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리스크 관리 없이 완주는 불가능하다. 2027년까지 갈 길은 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