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한국 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장편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지 8년 만이다.
11일 출판계에 따르면 스웨덴 한림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소설가 한강에게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며 “그는 몸의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림원은 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소설을 언급하며 “한강 작품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대응, 즉 동양적 사고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고통의 이중 노출이 특징”이라고 호평했다.
한강 작가는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얼음꽃> 외 4편의 시로 등단해 이듬해 단편소설 <붉은 닻>으로 거듭 등단했다. 2005년 당시 단편소설 <몽고반점>으로 70년대생 최초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연이어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최근에는 제주 4·3을 소재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지난 3월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희랍어 시간>(2011), <노랑무늬영원>(2012),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1) 등이 있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한 건 200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故 김대중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SNS 곳곳에서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며 “작가님께서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 한국 문학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소설 <남중> 등을 집필한 하응백 소설가도 같은 날 “한강의 수상으로 인해 한국문학의 여러 선후배 동료 문인이 한꺼번에 노벨이라는 강을 건넜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면서 “노벨문학상은 더 이상 쳐다보고 부러워해야 할 궁중 파티가 아니라 한국문학이 함께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동네잔치가 됐다”고 기뻐했다.
김미옥 문학평론가는 “대한민국 문학이 세계의 정상으로 우뚝 선 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무엇보다 한강이 마중물이 됐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제대로 번역됐으면 좋겠다. 문재가 뛰어난 수준 높은 번역가를 만났으면 한다”고 썼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 역시 놀라움을 표하며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한강 작가님이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오랜 세월 애독한 독자로서 막연히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기쁜 소식을 듣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주요기획: 식물해방일지, 벼랑 끝 경찰들, 벼랑 끝 소방관
좌우명: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쓰겠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