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1시간 일찍 배부…온라인에 문제 퍼져
수험생 혼란…대학 ‘허술한 관리·감독’ 비판↑
재시험 요구도…입시계 “교육부와 공조해야”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후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후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연세대학교 자연계열 수시 논술시험에서 일부 응시자에게 문제지가 먼저 배부되면서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야기됐다. 이어 인문계열에서도 일부 응시자들이 시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연세대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재시험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 같은 반박에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한 고사장에선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시작 약 1시간 전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에 문제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같은 날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는 4-2문항의 수학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시험 종료 시각이 20분 연기되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입학처는 시험 종료 30분 전에 수정 사항을 안내한 뒤 수험생 전원에게 시험 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날 자연계열뿐 아니라 앞서 실시된 인문계열 연습 답안과 시험지 일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면서 이를 두고 감독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대학 측의 전반적 시험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학 측이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해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일부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수험생들을 중심으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연세대 측은 현재까지는 심각하게 공정성이 훼손된 행위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험 관리·감독 과정에서 실수는 인정하지만 시험 문제가 사전 유출되지는 않았다는 것이 대학 측의 주장이다.

연세대 입학처는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 계열 논술시험 고사장 한 곳에서 감독관의 착오로 인해 정해진 시간 이전에 문제지가 배부된 일이 있었다”며 “다만 해당 고사장 감독관은 관련 지침에 따라 수험생이 연습지 아래에 문제지를 놓도록 하고 시험 시작 이전에 문제를 볼 수 없도록 했으며, 감독관은 문제지 배부 직후 시험 시각을 착각한 것을 인지하고 문제지를 직접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지 배부부터 문제지 회수 시까지 모든 문제지는 연습지에 의해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수거 이후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논술시험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더해 문제지가 배부되기 전에 통신이 가능한 전자기기는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했으므로 최초 문제지가 배부된 시점부터 회수 전까지 학생들이 해당 문제를 직접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문제지 수거 이후 본 시험 절차 재개 이전에 시험지 배부·회수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고 추정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는 게 연세대 측의 입장이다.

아울러 수험생과 학부모를 향해 사과하며 앞으로 공정한 입학전형 진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연세대는 사진 속 문제지, 답안지 필기 내용 등을 바탕으로 당사자를 특정한 데 이어 신속하게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대학이 자체적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태를 파악하고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고도 발표했지만 수험생들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재시험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논란으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하며, 단순히 한 고사장에서 일어난 사건으로만 볼게 아닌, 입시에 있어 중대하고 심각한 사항”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시험을 진행한다고 해도 다른 대학 논술 시험으로 인해 일정 잡는 데 어려움이 있고 문제 재출제, 채점 등 기간이 촉박하다”며 “그렇다고 재시험을 시행하지 않기에는 ‘공정성 훼손’이라는 이름으로 전례가 남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대표는 교육부 등 정부부처, 교육기관과의 동조를 제안했다. 그는 “다른 대학들도 연쇄적으로 입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연세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준은 이미 넘었다”며 “신중한 접근은 물론 교육부 등 정부기관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