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IMF 한국미션단이 연례협의를 마치고 돌아갔다. 회원국의 거시경제와 재정, 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하는 연례협의에서 한국미션단이 남긴 메시지는 ‘정부의 강력한 경제정책 주문’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강력한 경제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와 캐나다産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무관세 혜택을 받았던 멕시코가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기업들의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철강, 이차전지 등 관련기업들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국 1·2·3위다. 작년 8위의 교역국인 한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관세압박 리스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 하면서 수출 중심의 한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대통령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한지 되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해외 유수의 IB 등에서는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대에서 1%대로 낮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한은이 28일 내놓을 내년 수정 경제 전망치도 올해 분기별 성장률 추세가 급락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기존 2.1% 성장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과 함께 미국이 고립주의 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의 외교와 안보, 무역 대응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불확실성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격변하는 국제정세를 정확히 진단하고 요동치는 경제상황에 면밀한 대응전략을 추진해야 하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비극의 정치풍자극이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각자도생에 혈안인 거짓 정치인들의 아우성만이 넘쳐난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녹취록과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해명, 그리고 중계하듯 이야기를 맞춰가며 보도하는 언론들까지. 폭로와 비방전으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민낯이다.
명태균 게이트가 대통령과 영부인은 물론 다수의 여당 인사들에까지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뿐인가. 여당 대표 가족의 당원게시판 논란으로 인해 당정 간 불협화음마저 파열음을 키우고 있어 원활한 국정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야당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수의 혐의로 기소된 제1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진행형으로 당면한 민생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듯하다.
국민 대다수가 위기로 인식하고 있는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의 협력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당장 제 앞가림에 급급해 마음은 콩밭에 가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경제 성장률에 폭발직전의 가계부채 문제, 특히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예상되는 우리기업의 생존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10월말 기준 법인 파산건수가 1380건으로 작년 한 해 건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법원 집계 이래 최대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우리 경제는 위기다.
정부와 정치권은 위기에 내몰린 경제·민생문제를 최우선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정치인의 개별 사안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매달려선 안 된다. 경제문제, 민생문제에 올인하라. 정치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