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격으로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여론조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서둘러 민생을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요동치는 민심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이다.
24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 회동이 식사만 하고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발등의 불같은 국정 난맥상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지, 독대 요청의 방식이나 형식이 중요할까.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기 싸움에 풍전등화, 누란지위의 민생을 돌볼 자는 누구인가.
현 시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 국면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고 있다. 세계적 고금리 상황에 위축됐던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은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수 부진 상황이 계속되면서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KDI의 경제동향 9월호는 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12월부터 열 달째 내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서비스업 역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 안정으로 소비 회복 조짐이 나타난다는 정부 평가는 국민들에게 한가한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과일과 채소류의 가격 상승세는 여전하고,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며 축산물 가격도 들썩이는 등 체감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서도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석 달째 내림세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중 중소기업 및 내수기업 심리지수는 지난 2020년 9월 이후 49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기업의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세수 부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그 규모는 지난 2년간 80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하겠지만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저출생 대응과 연구개발 투자 등 중장기 과제는 고사하고, 당장 필요한 민생지원을 위한 재정지출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혼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민생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한 대표가 어떠한 노림수로 대통령과의 독대요청을 했건 대통령으로서는 여당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최저치에서 오르내린다는 조사결과는 그만큼 국민들의 삶의 처지가 딱하고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불편한 야당과도 민생 회복을 위해서라면 상석을 양보할지언정 협조를 구해야 할 지금, 한배를 탄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대결구도라니 탄식이 터져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 즈음해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이 다시금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논어에 빠진 공자의 일화를 기록했다는 고서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온 이 말은 ‘백성은 강물이고 임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배로, 강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국민주권이다. 국회는 물론이고 국정의 모든 권력 역시 국민에게서 나온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국가기관은 이양 받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무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민생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봉착한 때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들이 눈치 없이 하찮은 신경전으로 국민 분노를 자극한다면 정권 재창출의 기대는 접는 것이 상책이다. 독대든 3자회동이든 형식이 중요하겠는가. 일단 만나서 소통하라,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