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유례없는 늦더위와 폭염으로도 기억될 만하다. 9월 첫 폭염 경보와 기록적인 열대야는 올해 추석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됐다.
나에게는 이번 기후 이변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를 과장된 공포로 치부하거나, 그 영향이 별로 심각하지 않다고 여기는 이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회의론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복합적이고, 예측 모델의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다.
실제로 지구 평균 기온을 측정하고 변화를 추정하는 작업은 극도로 복잡하다. 온도는 공기처럼 균일하지 않아서 측정 기준의 설정, 방법의 통일, 시간대 조정 등이 모두 큰 난관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바다나 극한 지역은 기상 관측소가 드물어 데이터 수집이 더욱 어렵다. 구름 패턴이나 해류 등 다양한 요인도 지구 온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후 변화 예측 모델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러한 불확실성은 과학 연구에서 흔히 나타나는 본질적인 특성에 가깝다. 불확실성이 있다고 해서 기후 위기나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자신이 직접 연구했다며 기후 위기의 존재를 부정하는 주장이 종종 제기된다. 이런 주장은 얼핏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개 과학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후 변화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한 개인이 수행할 수 있는 연구의 범위를 넘어선다.
과학은 개인적인 탐구가 아니라 제도적인 협업의 산물이다. “내가 직접 연구한 결과”라는 주장은 사실상 과학 공동체의 검증을 통과하지 않은, ‘자기만의 진실’이라는 고백일 때가 많다. 현대 사회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상호 검증하며, 오류를 바로잡는 과학적 자정 장치를 통해 발전해왔다.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 진지한 독자라면 이런 자정 과정을 거친 과학적 주장에 의존하는 편이 현명하다.
2025년은 파리 기후 협정 10주년을 맞는 해다. 오늘날 미디어는 자주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때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협력의 장을 만드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됐다. 내년에도 다양한 사건과 이슈가 우리를 찾아오겠지만,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도전 과제 앞에서도 언론과 시민이 지혜를 모아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