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댄서이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아이키
한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뮤지컬에 매력 느껴
뮤지컬 <프리다> , ‘스우파’ 촬영과 병행하며 준비
댄서 때와 달리 내면적 감정을 더 들여다 보게 돼
연습실 매일 출근...나만의 퍼포먼스 보여주려해
【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스우파’를 통해 여성 댄서들의 존재를 각인시킨 아이키가, 이번에는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댄서 아이키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인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를 통해 대중 앞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독보적인 존재감과 실력으로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던 그는 한 명의 댄서를 넘어 위트 있는 입담과 따뜻한 리더십으로도 주목받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로 대중과의 접점을 확장했다.
관객과 마주하는 무대는 익숙하지만, 댄스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호흡과 감정을 요구하는 뮤지컬이란 장르는 그에게 또 하나의 큰 도전처럼 보인다. 과연 춤만으로도 충분히 강렬했던 아이키가 왜 뮤지컬에 발을 들이게 됐을까. 투데이신문은 뮤지컬 <프리다>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아이키를 직접 만나 그가 뮤지컬 배우를 도전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신인 뮤지컬 배우 아이키로 인사드리게 돼 매우 영광이다. 뮤지컬 <프리다>에서 작품 속 쇼 진행자이자 프리다의 연인인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하는 ‘레플레하’를 맡았다.
Q. ‘스우파’로 얼굴을 알렸는데.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있나.
많은 뮤지컬을 접한 것은 아니지만, 뉴욕에서 뮤지컬 <위키드>를 처음 본 뒤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손길이 모여 한 편의 대작을 완성하는 뮤지컬의 제작 과정이 멋있다고 느꼈다. 관객으로서 뮤지컬을 보면 재밌다는 감정 외에도 ‘나도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댄스 배틀은 승패를 가르는 개인 기량에 집중하지만, 뮤지컬은 관객을 위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장기적으로 협업한다. 노래·안무·대사·무대가 한데 어우러지고, 한 작품에 모두가 힘을 쏟아 탄생한다. 댄스 무대는 일회성이 많지만, 뮤지컬은 한 작품이 오랫동안 관객에게 사랑받으며 문화를 축적해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예전부터 <프리다>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때마침 이 작품 제안이 들어왔다. 대본을 직접 읽어보니 여성 4명이 극을 이끌어가며 보여주는 모습과 그 의미가 멋있다고 생각했고, 특히 고통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프리다’의 태도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망설이기보다 새로운 도전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Q. <프리다> 무대에 서게 된 소감과 직접 들었던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프리다> 공연 준비를 ‘스우파’ 촬영과 동시에 진행해 쉽지 않았지만, 제작사인 EMK의 체계적인 연습 과정 덕분에 작품을 깊이 배우며 준비할 수 있었다. 주변 반응도 좋았다. 가족·지인들을 포함해 ‘HOOK’ 멤버들이 응원하러 와줘서 큰 힘이 되기도 했다. 스우파에 같이 나왔던 모니카 언니가 공연을 보고 댄서 ‘아이키’가 아닌 극의 ‘레플레하’를 본 것 같다고 칭찬해줬다. 뮤지컬 배우로의 도전을 결정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 작품의 배우로서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칭찬을 들으니 지금은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Q. 처음 도전한 노래와 연기 준비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노래와 연기 모두 처음이라 어느 정도로 어렵고, 어느 정도가 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난이도를 몰랐다. <프리다> 준비 당시에 연습하는 것들이 당연한 수준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함께하는 선배들께 여쭤보니 이 작품의 노래와 연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춤은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자신이 있었지만, 연기와 노래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노래 연습은 전달력을 중심으로 김소향 선배님께 발성과 넘버 해석 등 지도를 받았다. 안면 근육을 잘 활용해서 전달력 있게 노래하는 방법 등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세심하게 지도해준 덕분에 점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노래는 연습이 거듭될수록 스트레스가 해소될 만큼 즐겁게 임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사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연기의 경우 자신이 없었다. 다만 댄서로서 퍼포먼스를 통해 쌓아온 감정 표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조정해나갔다. 또한, 연출 감독님도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대를 더 휘젓고 다니면서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드리는 등 ‘아이키스러운’ 디에고를 찾아 나가려고 했다. ‘정답은 없다. 날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되새기며 즐겁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Q. 그렇다면 <프리다>에서 맡은 배역을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했는가.
다른 연기자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한 끝에, ‘프리다’가 바라보는 ‘디에고’가 돼 보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리다’는 ‘디에고’에게 연민과 애정, 그리고 동정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품었을 것이다. 반대로 디에고가 바라본 프리다는 아픔과 고통의 상징이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존재였으리라 생각했다. ‘디에고’라는 캐릭터가 객관적으론 미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프리다’와 달리, ‘디에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역을 준비하면서 디에고가 어린 시절의 상처로 불완전하게 됐다고 가정했고, 그런 상황과 배경을 가진 디에고라는 인물에게 연민과 공감을 품게 된 것 같다.
Q. ‘레플레하’가 추는 ‘허밍버드’ 탭댄스 장면이 인상 깊다. 아이키가 추는 장면을 보기 위해 공연을 다시 본다는 후기도 있을 정도인데. 준비 과정은 어땠나.
뮤지컬 배우로 처음 데뷔하는 작품인 만큼 거의 매일 연습실에 출근하며 이 작품을 준비했다. 특히 ‘허밍버드’는 마지막까지 공들여서 준비한 파트다. 같은 배역의 전수미 선배님이 내뿜는 에너지와 무대가 너무 강렬하고 멋있기에 알게 모르게 쌓이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전수미 선배님과는 다른 나만의 색을 보여줘야 서로의 고유함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의 댄스 경험을 활용해 라틴·메탈·락 등 다양한 춤 장르를 녹이고 허밍버드 안무 제작에도 직접 참여하며 연출팀과 함께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공연의 전체적인 틀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소소한 안무와 대사 애드리브를 넣으며 나만의 ‘허밍버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허밍버드 퍼포먼스에서 무릎을 아끼지 않고 슬라이딩 하다 보니 공연을 할수록 바지 무릎이 해져 의상팀에게 조심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한 만큼 관객들에게 멋진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댄서로서 활동했을 때는 다양한 무대와 그에 맞는 콘셉트에 이입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일했다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는 기쁨, 슬픔 등의 일반적인 감정을 더 들여다보고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프리다>를 준비하면서 고통과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Q. <프리다>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과의 합은 어땠나. 연습 중 발생한 일화가 있다면.
여성 배우들로만 모인 <프리다> 팀은 서로 호흡이 잘 맞고 친하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연습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소향 선배는 먼저 ‘편하게 대해달라’며 말을 걸어주기도 했다. 선후배 간의 예의는 지키되 친구처럼 지내는 분위기에 연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연습 중 일화로는 극 중 마술을 선보이는 장면이 있다. 마술을 선보이면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에서 눈을 깜빡이면 안 되는데 자꾸 깜빡여 웃음이 나기도 했다. 또한, 선배들은 대사를 틀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연습 중에도 대사를 스킵하고 넘어가거나 틀리는 게 신기했다. 처음에는 이에 대해 아무 말 못 했는데 장은아 선배가 일부러 틀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많이 틀려봐야 실제 무대에서 긴장을 덜한다’고 조언해줬다. 덕분에 연습이 힘든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다.
Q. 뮤지컬 배우 ‘아이키’로서 무대에 처음 섰을 때의 감정이 잊히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으로 관객 앞에 서서 나의 연기를 선보일 때 ‘내가 지금까지 이런 짜릿함을 원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도파민이 터지는 것 같은 쾌감은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본 것 같다.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전체를 이어가는 연습)에서는 감정의 몰입을 계속 유지해야 하니 긴장을 많이 했는데 막상 관객 앞에서 연기할 때는 덜 떨리는 것을 나는 무대 체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살면서 수많은 도전을 해왔고 여러 무대를 거치며 큰 행복을 느껴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춤태기’가 찾아오며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프리다>를 만났고,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그 한계를 뮤지컬로 돌파한 경험이야말로 아티스트로서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Q. ‘레플레하’ 외에도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데스티노’ 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리다’는 아직 인생의 경험이 더 많이 쌓여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고, ‘메모리아’는 내 이미지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반면에 데스티노는 프리다를 죽음으로 이끌지만 동시에 그녀가 죽음을 택하지 않길 바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그 복합적인 면모에 공감이 가기에, 언젠가 나만의 ‘데스티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뮤지컬 외에도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 있는가.
뮤지컬을 도전하게 된 이유가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현장감이 좋아서였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동료 배우·관객과 에너지를 전달받고 서로 교류하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아직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 당분간은 뮤지컬에 집중해볼 계획이다.
이번 작품 외에도 김히어라 배우에게 <시카고>의 ‘록시’를 추천받아 쇼적이고 강렬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라틴 댄스 스포츠를 전공했으니 그 문화가 담긴 작품의 안무와 제작에도 언젠가 참여해보고 싶다. 멕시코 음악, 문화가 녹여진 <프리다>처럼 문화적 색채가 강한 작품에 자신이 있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니 꾸준히 연습해나가며 도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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