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이제 우리 일상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지금, AI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발맞춰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총서를 통해 교육, 의료, 산업, 사회, 예술, 철학, 국방, 인문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AI 담론을 폭넓게 조명해왔다.  인공지능총서는 2025년 8월 20일 현재 430종에 이르렀으며, 올해 말까지 630종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의 핵심 이론부터 산업계 쟁점, 일상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다루면서 학계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은 최근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AI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어지기 위해선 어떤 가치와 기준이 필요할까. 투데이신문은 인공지능총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AI 사회’를 향한 제언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아침마다 스마트폰 알림이 눈을 깨운다. “이번 달은 여행 적금을 조금 더 늘려보시죠.” 가계부를 펼치지 않아도 내 소비 패턴은 이미 분석돼 있다. 금융의 주도권이 사람의 손에서 기술로 옮겨가는 장면이다. AI는 이제 내 돈의 흐름을 먼저 제안하고 설계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금융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생활과 사회 구조를 다시 짜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AI가 바꾼 금융의 일상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시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챗봇과 AI 상담원이 대출 조건을 설명하고, 모바일 속 에이전트가 맞춤형 금융상품을 권한다. 생활비 예산을 자동으로 짜주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집 안에 개인 금융비서를 둔 듯한 경험이 자연스러워졌다. 금융의 무대가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의 계산 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엔비디아 H100은 초당 1000조 번의 계산을 989회 수행하는 성능을 내며, 이 힘이 거대 AI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연산 능력을 갖춘 거대 모델이 학습한 결과는 우리의 스마트폰 속에서 지출을 예측하고, 숨어 있던 수수료를 찾아낸다. 보험금 누락을 돌려주는 기능까지 더해지며, 과거 전문가에게 의존했던 영역이 손안의 기기로 옮겨오고 있다. 결국 돈의 흐름은 인간이 아닌 데이터에 의해 조율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투자 영역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리포트를 요약하고, 수많은 지표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개인 투자자는 전문가 대신 AI와 대화하며 전략을 구체화한다. 흔들림 없이 위험을 분산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조언은 AI의 차분한 계산에서 나온다. 투자라는 항해에서 인간은 점점 조타수보다는 동승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마슈머와 AI 금융 에이전트

이 변화는 소비자의 얼굴까지 바꾸고 있다. ‘스마슈머(Smart Consumer)’라 불릴 만한 새로운 금융 소비자가 나타난 것이다. 단순히 정보를 비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의 조언을 받아 금융 생활을 최적화한다. 앱이 제안하는 방식에 따라 지출을 조정하고, 자동화된 관리까지 경험한다. 소비자는 기술을 곁에 두고 더 주체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국내외 금융 현장은 이미 AI 에이전트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은 생성형 AI 상담원을 도입해 고객 질문에 자연어로 응답하고, 투자 리포트까지 자동 작성한다. 미국에서는 JP모건이 ‘IndexGPT’를 상표 등록해 금융 조언을 본격적으로 AI에게 맡기려 하고, 로빈후드 같은 플랫폼도 AI 기반 자동 투자 전략을 시험 중이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AI를 활용해 맞춤형 리밸런싱을 지원하는 펀드를 확대하고 있다. 결국 금융의 무게 중심은 공급자에서 소비자와 AI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가 얻는 가장 큰 힘은 속도다. 수십 개 상품을 일일이 비교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선택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놓치기 쉬웠던 혜택까지 챙겨주는 것도 가능하다. 복잡하고 불투명했던 금융은 점차 단순하고 투명한 질서를 갖춰가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고객이 아니라, 시장의 핵심 참여자가 되고 있다.

편리함과 위험 사이에서

그렇다고 모든 변화가 자유를 의미하진 않는다. AI가 제공하는 추천이 특정 상품으로 소비자를 몰아간다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똑똑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의 손에 이끌릴 수 있다. 금융의 미래는 개인의 의지와 데이터의 힘이 맞서는 지점에서 새로운 균형을 요구한다. 그 긴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또 다른 위험은 기술에 대한 맹신이다. AI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따르는 순간 소비자는 판단력을 잃는다. 현명해지려다 오히려 어리석어지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태도다. AI는 소비자를 돕는 도구이지, 결정을 대신 내려줄 주체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와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금융의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은행 창구 대신 챗봇이, 가계부 대신 AI 금융 에이전트가 자리를 차지한다. 금융은 더욱 개인적이고 가까워졌다. 이제 금융의 얼굴은 사람과 기술이 함께 그려내는 새로운 초상이다. 그리고 그 초상 앞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아니면 더 정교하게 길들여지고 있는가”

△ 송민택
△ 송민택

필자소개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 겸임교수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으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공과대학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자산과 인공지능, 금융 플랫폼 등이며, 산업, 정책, 금융을 연결하는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저서로는 “AI와 슬기로운 금융생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데이터로 읽는 대한민국(공저)” 등이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