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급변하는 오늘날, 기업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협상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AI 협상 에이전트의 도입은 단순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조직의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 AI 협상 에이전트가 가져올 주요 변화와 그 전략적 가치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첫째, 협상을 담당하는 MD(Merchandiser)의 협상 역량 편차를 상향 평준화할 수 있다. 전통적인 협상은 담당자의 경험, 지식, 그리고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AI 협상 에이전트는 방대한 데이터와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일관적이고 합리적인 협상 전략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KT커머스는 AI O2O와 Nego-Wiz 협상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해 조달 업무를 자동화한 결과, 비소비재 부문의 작은 계약들에서 평균 2%의 추가 비용 절감 효과를 보았으며, 협상 성공률이 64%까지 상승했다. 이는 개별 MD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 AI가 축적된 최적의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협상 수준을 일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데이터 이력 기반 협상 지원이 가능해진다. AI 협상 에이전트는 과거 협상 데이터, 시장 트렌드, 공급업체 정보 등을 학습하고 분석해 최적의 제안을 도출한다. 이는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억하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며, 더욱 정교하고 전략적인 협상을 가능하게 한다. KT커머스의 사례에서 AI는 가격이나 결제 조건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며 공급업체와의 계약을 대신 협상했다. 이는 AI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조건을 학습하고 적용했기에 가능한 성과이다.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은 협상 성공률을 높이고, 기업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구매자와 판매자 간 분리를 통해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AI는 감정이나 사적인 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데이터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협상을 진행한다. 이는 불공정 거래, 담합 등 윤리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직접 협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해상충이나 부적절한 관계 형성을 AI가 대신함으로써, 공정하고 객관적인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넷째,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AI 협상 자동화를 통해 직원들의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넘어 워라블(Work-Life Blending)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여 생산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KT커머스의 경우, AI가 소액 또는 반복 계약이 요구되는 공급업체와의 협상을 대신 처리함으로써, 사람이 일일이 협상하며 소모되던 비효율을 제거했다. 이를 통해 협상 기간이 몇 주에서 약 수 일로 대폭 단축됐고, MD와 바이어들은 AI가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하고 전략적인 협상, 즉 더욱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을 만들 수 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챗봇이 24시간 응답해 구매자의 일정에 맞출 필요 없어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AI 협상 에이전트 도입에는 고려해야 할 고민거리도 존재한다. 비대면·자동화 방식은 신뢰 관계를 약화시킬 수 있고, 구매자의 일자리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AI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AI는 협상 전략을 왜곡하거나 거짓말을 배우는 사례도 있었다. 획일적인 ‘쿠키커터(cookie-cutter)’ 협상 방식은 공급업체가 차별화된 제안을 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AI 협상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KT커머스는 AI 최종 의사결정 전 사람의 최종 검토와 AI 관리 기준을 따로 두는 등 사람의 개입을 통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한, AI 협상의 기준과 알고리즘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직원 교육과 변화 관리를 통해 AI 도입에 대한 내부적인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급업체 역시 데이터 기반으로 조건을 분석하고, 단순히 가격 경쟁을 넘어 신뢰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AI 협상 에이전트는 조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이다. 단순히 속도나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넘어, 신뢰와 윤리, 그리고 내부·외부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다각도로 고려해야만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미래에는 공급업체도 자체 AI 챗봇을 만들어 AI끼리 협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은 사람과 AI가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투명한 규칙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큰 교훈이자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AI 협상 에이전트가 제시하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때이다.

KT커머스 대표이사. ‘2024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AI혁신 리더’로 선정되며 대한민국 정보통신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경영인이다. 현재 한국광융합산업진흥회 제9대 회장으로서 광융합기술과 산업 간 융복합 생태계 조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KT에서 경영기획부문 SCM 전략담당 상무 등 핵심 직책을 역임하며 유통 전략, 공급망 혁신, 디지털 업무 체계 구축에 기여했다. 특히 ICT Innovation 대상을 수상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정보통신기술사 자격 취득으로 기술 전문가로서의 전문성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핵심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AX(AI 전환)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며, KT그룹의 AICT 기업 전환에 발맞춰 축적된 구매 및 협상 노하우를 집대성한 AI 협상 에이전트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